‘포로들의 성자’ 맹의순 선생 순직 70주기 추모예배

수용소 안에 광야교회를 세워 중공군 포로들에게 복음을 전해

서울 남대문교회(손윤탁 목사)가 7일 교회 본당에서 포로수용소에서 중공군 포로들을 위한 교회를 설립해 복음을 전했던 ‘포로들의 성자’ 맹의순(1926~1952) 선생 순직 70주기 추모예배를 드렸다.

조선신학교 학생이면서 남대문교회에서 봉사하던 맹 선생은 6·25전쟁 발발 후 피란을 떠났지만 미군이 인민군으로 오해하면서 부산 지산면 거제리 포로수용소에 억류됐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수용소 안에 광야교회를 세워 중공군 포로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곳은 맹 선생에게 땅끝과도 같았다. 오해가 풀려 석방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포로들과 함께 지내다 26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소설가 정연희의 소설 ‘내 잔이 넘치나이다’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맹 선생은 2018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103회 정기총회에서 순직자로 지정됐다.

이날 설교는 강성영 한신대 총장이 ‘살아오는 날의 은혜’를 주제로 전했다. 강 총장은 “맹 선생은 전쟁 중 교회의 공적 사명을 통해 복음이 지닌 참사랑을 자신의 삶으로 실천하다 순교했다”면서 “사유화하는 기독교 신앙이 만연한 한국 교회에 맹 선생이 삶으로 보여준 공적인 신앙은 여전히 중요한 가르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강 총장은 “한국 전쟁의 참상 속에서 억울하게 포로수용소에 갇혔지만, 그는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고 고백한 신앙의 선배”라면서 “그의 고결했던 삶은 현실과 타협하며 신앙의 본질을 잃고 있는 지금의 한국 교회에 큰 울림이 된다”고 밝혔다.

예배에는 맹 선생이 남대문교회 중등부 교사 때 가르쳤던 제자 손호인(90) 집사도 참석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인 손 집사는 “맹 선생님은 너무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품에 가셔서 이 땅에 남은 혈육이 계시지 않지만, 선생님께 복음의 진리를 배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선생님의 삶을 증언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손윤탁 목사는 “맹 선생은 하나님 나라의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신앙의 후배인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셨다”면서 “그의 삶이 증언한 십자가 정신이 남대문교회와 한국 교회에 신앙의 유산으로 남아 계속 다시 피어나길 소망한다”고 했다.

08.1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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