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경혜숙 선교사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난 해는 1989년이었다. 2년 전 남편을 먼저 하나님 품에 떠나보냈던 그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0세. 고인은 남아공에 교회와 학교를 세우고 주님의 사랑을 전했다.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사역에 몰두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심한 위궤양을 앓기 시작했지만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2006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딸인 이미경(대화교회) 목사는 선교지에서 모든 것을 바친 어머니의 삶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매일 새벽이면 남아공의 흑인들을 위해 2시간씩 기도하곤 하셨습니다. 매우 가슴이 아팠지만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을 잠시 품었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간 천사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자리는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아펜젤러세계선교센터에서 열린 ‘추모의 벽’ 제막식이었다. 선교센터 입구에 만들어진 이 벽에는 고인을 비롯해 선교지에서 순직한 한국 감리교회 선교사 32명의 이름과 이들의 선교지, 파송교회 등이 새겨져 있었다.
이 목사는 “어머니는 아프리카인에게만이 아니라 내게도 천사와 같은 분이었다”며 “잊힌 선교사들을 다시 기억해주신 것에 감사하다. 모든 선교사를 존경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그 길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추모의 벽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광림교회(김정석 목사)가 힘을 합쳐 세운 기념물이었다. 제막식에서 설교자로 나선 김정석 목사는 “복음의 불모지였던 조선에 선교사들이 들어와 복음을 전한 것이 계기가 돼 한국 감리교회는 이제 80개국에 약 1400명의 선교사를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땅에 떨어져 죽은 한 알의 씨앗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며 “32명의 헌신으로 하나님 나라는 확장됐다. 이들의 정신을 우리는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센터에서는 이날 추모의 벽 외에도 기감에서 해외에 파송한 선교사들의 업적을 기리는 기림비,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선교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한 기림비 제막식도 열렸다. 로비에는 미국 감리교 선교사로 올해 순직 120주년을 맞은 헨리 아펜젤러를 추모하는 명판도 내걸렸다. 기감은 앞으로도 선교지에서 순직하는 선교사가 생기면 추모의 벽에 그 이름을 새길 계획이다.
06.18.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