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반성폭력센터(센터장 방인성·박유미)를 통해 접수된 성폭력 사례 가운데 3분의 2는 가해자가 교회(선교단체) 리더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2021년 상담통계’를 조사한 결과 “목회자와 선교단체 리더, 교수 등 권위를 가진 그룹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45건 중 30건(66%)을 차지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총 45건의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피해자가 지목한 가해 대상자의 교회 내 직분으로는 담임목사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목사와 전도사 등 부목회자(8명), 선교단체의 간사나 선교사 등 리더(6명), 신학교 교수(3명) 등의 순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전문적이고 권위를 가진 종교 지도자의 힘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교회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2018년부터 4년간 센터에 접수된 누적 사건 262건 중 남성 피해자는 4명으로 여성 피해자가 99%에 달한다. 센터는 “모든 성폭력은 불평등한 관계와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문화 속에서 발생하고 유지된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것은 교회 안에 여성에 대한 불평등적 구조와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데 비해 이를 치리할 교회법이 미비한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박신원 실장은 “과거에는 ‘내가 예민한 게 아닐까’ ‘괜히 교회를 시끄럽게 하지 않을까’ 하며 소극적이었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일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피해자 대다수는 법정 다툼까지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교회법으로는 가해자를 처벌할 길이 없어 사회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각 교단이 뒤늦게나마 성폭력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지난해 총회에서 기독교한국침례회는 성폭력 가해자를 제명한 데 이어 ‘성폭력 대책기구’를 구성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단 헌법 ‘교리와 장정’의 범과 종류에 ‘성폭력’을 포함했고,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목사 안수 과정에 양성평등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박 실장은 “교단은 정책을 세우는 데 그치지 말고 실행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와 일어났을 경우 교단이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03.12.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