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와 전쟁” 초강수 둔 감리교단

지난달 선거법 개정…유권자 2배, 젊은 목회자에 대거 투표권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부정선거 시비가 불거졌던 감리교단이 선거문화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유권자 규모를 종전보다 2배 이상 확대키로 한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유권자 수를 많이 늘리면 출마자가 금품이나 향응으로 표심을 흔들 여지가 줄고, 이에 따라 금품 선거의 유혹에 휘둘릴 가능성도 작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대책이 마련된 건 지난달 27일 강원도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기감 제34회 총회 입법의회에서였다. 입법의회는 교단의 법령인 ‘교리와 장정’을 개정하는 행사다.

그간 기감 선거법에서는 유권자를 ‘정회원 11년급 이상의 교역자와 지방회별 그와 동수의 평신도 대표’로 규정했었다. 하지만 입법의회에서는 ‘정회원 1년급 이상 교역자(부분 사역 부담임자 제외)와 그와 동수의 평신도 대표’로 개정됐다.

‘정회원 11년급’이던 선거권자를 ‘정회원 1년급’으로 낮추면서 내년에 치러질 감독 선거부터는 젊은 목회자들이 대거 투표권을 갖게 됐다. 9000명 수준이던 유권자 수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감 본부 관계자는 “거의 모든 감리교 목회자와, 그와 같은 비율의 평신도가 선거권을 갖게 됐으니 ‘유권자 2만명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대책이 마련된 건 감리교의 ‘선거 흑역사’ 탓이다. 기감에서는 감독회장이나 감독 선거가 있을 때마다 금권선거 시비가 불거지곤 했다. 감독회장만 하더라도 4년 전임제로 바뀐 2004년 이후 선거 후유증 탓에 임기를 온전히 채운 이는 신경하 목사가 유일하다.

기감에서는 ‘선거→불복→소송’으로 이어지는 일이 관행처럼 돼 버렸다. 2010년엔 다른 교단의 장로를 데려와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맡기는 촌극이 벌어졌고, 2019년엔 입법의회를 앞두고 제비뽑기로 당선자를 가리자는 제도가 진지하게 논의되기까지 했다.

기감 서울연회 감독인 이광호 목사는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선거권이 없는 탓에)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는 말이 많았다”며 “교단의 모든 정회원을 존중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서울남연회 소속 한 목회자는 “감리교회 젊은 목사들의 발언권이 힘을 갖게 됐다”며 “선거문화를 바꾸려는 교단 지도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해법이 계속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감에서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에는 다채로운 내용이 포함됐다. 예컨대 모든 피선거권자는 선거일 180일 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도록 했다. 유권자에게 공약을 알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에는 선거 캠프를 결성하거나 모임을 주선해 지지를 호소하는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했다.

연회나 지방회, 연회 자치기관 등이 여는 합동정책 발표회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평신도 선거권자의 15%를 여성으로 못 박은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11.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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