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 수립에 종교계가 또다시 외면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13일 출범한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민간자문단에 종교계 의견을 전달할 인사가 한 명도 없어서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로드맵을 ‘국민과 함께’ 이달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관계자는 18일 “종교계 소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이고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도 문체부 장관이 참여하는 만큼 종교계가 소외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종교계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피해 누적, 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 경제·사회 전반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민관합동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꾸렸다. 김부겸 국무총리,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공동위원장이며 기획재정부·교육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 장관과 국조실장, 질병청장 등 8명이 정부위원으로 들어갔다.
위원회엔 경제민생·자치안전·방역의료·사회문화 등 4개 분야별 민간위원 30명도 포함됐다. 지난 13일 1차 회의에서 위촉장도 전달했다. 위원회는 민간위원의 자문과 국민적 의견 수렴을 거쳐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회와 목회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민간위원 구성에 있다. 종교계 의견을 들어야 할 사회문화 분야 민간위원 중엔 문화 관광 체육 관계자는 있지만 종교계 인사는 빠졌다. 사회문화 분야는 교육결손 회복, 국민심리 문화적 치유, 사회 문화분야 업계회복 지원 등을 논의한다. 주관부처는 교육부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4개 분과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가 민간위원 명단을 제출해 함께 논의해서 명단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방역의료는 복지부, 자치안전은 행안부에서 명단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종교계 의견을 수렴해온 문체부 실무 담당자는 이 같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경기 성남의 한 대형교회 목회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는 종교시설, 특히 한국교회를 집단 감염의 진원지로 몰았다. 방역지침에는 종교시설이라는 별도 항목까지 만들었으면서 한국교회 의견은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와 교회 간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뒤 청와대가 이를 수용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목회자들의 제안에 “여러 종교도 함께할 수 있다”고 화답했고 이후 7대 종단과 문체부, 복지부, 행안부가 참여하는 ‘정부-종교계 코로나19 대응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방역조치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종교계와 논의했다.
서울의 한 개척교회 목사는 “코로나19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하는데 한국교회는 말 그대로 전 국민에게 분노의 대상이 됐다”면서 “대한민국 1000만명이 기독교인인 상황에서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 목소리를 듣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10.30.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