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17일에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기독교종합대와 신학대가 재정지원에서 탈락했다. 탈락한 대학 대부분이 이의신청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는 특수성을 가진 기독교대학이 일반대학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수도권 탈락 11개 대학 중 6개가 기독대학
이번에 기본역량 진단을 신청한 285개 대학 중 52곳이 재정지원에서 탈락했다. 수도권에서는 탈락 대학 11곳 중 성공회대 총신대 케이씨대 평택대 한세대 협성대 등 6곳이 기독교대학이다. 지방에서도 대신대 한일장신대 부산장신대 등이 미선정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탈락한 대학들은 향후 3년간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다. 올해 교육부가 4년제 대학에 지원한 금액이 평균 48억3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다만 재정지원을 받으면 정원 축소 등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이재서 총신대 총장은 19일 “총신대는 지난 2월 교원양성기관 역량 진단에서 B등급을 받는 등 학교가 크게 발전했지만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평가기간이 2018년부터였기 때문에 당시 학교와 학생 간 대립 및 총장 구속 건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락했어도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을 못 받는 것 외에는 큰 불이익이 없다. 이번 결과를 부족한 부분을 더 보완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부산장신대 한세대 협성대 성공회대 등은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허원구 부산장신대 총장은 “학생들의 장학금이나 학비 대출 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평가에서 84.8점을 받고도 탈락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 이의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훈재 한세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가결과이긴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이의제기를 우선순위로 두고 준비 중”이라면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파악해 교육부와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대와 같은 잣대로는 불리
기독교대학은 종교지도자를 양성하는 특수한 기관인데, 규모가 큰 일반대학과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학대는 종교 관련 학과 위주로 개설하다 보니 학과 수가 적고, 학생 수도 그만큼 적어 수치적인 면에서 열세다.
이재서 총장은 “기독교대학은 독특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했기 때문에 교과과정이나 커리큘럼 운영이 일반대학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부의 13가지 평가 항목은 모두 일반대학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협성대 관계자는 “신학대나 신학과가 있는 학교는 신입생 충원율 등이 반영될 때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국신학대학협의회(KAATS) 회장인 권용근 대구 영남신대 총장은 “모든 대학에 평가기준을 일괄 적용했다. 이는 헤비급과 라이트급을 한 링에 올리는 것과 같다”며 “사관학교나 카이스트처럼 특성화된 대학은 특별법을 만들어 정부가 지원하듯 종교계 학교도 특별법을 만들어 평가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송근현 고등교육정책과장은 “과거에 일반재정지원은 신학대는 참여도 못했는데 이번엔 참여의 문을 열었다”면서 “평가는 신학대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대학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진행했다. 이를 감안해서 각 대학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기독교대학도 있다. 서울신대 백석대 성결대 등은 이번에 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 그중 서울신대는 학생 수가 3000명에 못 미치지만 다른 대형 종합대학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길용 서울신대 교수(전 기획처장)는 “서울신대는 지난해 3월부터 교원 14명과 직원 10명으로 팀을 꾸리고 준비를 시작했다. 매주 모여서 학교 현황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발견될 때마다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학가에선 대학역량 진단을 ‘규모의 전쟁’이라고 부른다. 상대적으로 기독교대학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가는 계기도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08.28.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