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단의 9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목사 이중직’ 허용 법제화 논의가 활발하다. 일부에서는 이중직 목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법제화는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목사 이중직에 대한 논의가 불붙는 건 그만큼 직업을 가진 목사들의 수가 늘고 있어서다. 이중직 목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16년 만들어진 뒤 9897명이 활동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일하는 목회자들’ 회원 중 절반 이상이 이중직 목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주요 교단 목사는 2019년 기준으로 6만8658명에 달한다. 이중직 목회의 법제화가 아직 걸음마 수준인 데도 적지 않은 목사가 별도의 직업을 가진 걸 알 수 있다.
이중직 목사가 생기는 건 교회 개척 후 자립이 어려운 게 근본적인 이유다. 교단마다 다르지만 1년 예산 3000만-3500만원 이하의 교회를 미자립교회로 분류한다. 그동안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한 여러 지원책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중·대형교회들이 선교비 예산을 축소하면서 지원의 문이 닫혔다. 교회 유지를 위해서라도 목사들이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된 셈이다.
교단들도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18일 예장통합 총회가 연 포스트코로나 시대 목회전략연구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이중직 목사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이중직 목사에 대한 교단 내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9월 열리는 106회 총회 때 법제화도 가능할 거로 내다봤다.
기감은 2016년 이중직 목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9월 예장고신 총회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총회를 연 예수교대한성결교회도 이중직 목사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교단이 ‘미자립교회 목사’에 한해 이중직을 허용하는 ‘반쪽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안준호 이중직목회자연대 대표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미자립교회 목회자만 심사 후 이중직을 허락한다는 제한 규정 자체가 차별”이라며 “대형교회가 카페 운영하는 것과 개척교회가 카페 운영하는 것 모두 따지고 보면 이중직인데 교회 규모가 이중직을 가르는 기준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안 대표는 “모든 목사가 생활인으로 살며 목회하고, 목회하며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과일가게 ‘스위트리’를 운영하는 박요섭 미와십자가교회 협동목사는 “총대들이 실제 이중직 목사들의 고민이 뭔지, 뭐가 필요한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이중직 목사와 교단이 함께 성숙할 수 있을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현장과 괴리된 법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07.17.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