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콩고에 소수민 피그미족이 있다. 아프리카 중앙 평원에서 살다가 유목민에게 쫓겨나 숲속에서 나무 열매와 짐승을 잡아먹고 사는 이들이다. 성인 신장이 보통 130-140㎝에 불과하고 문자가 없다. 로마자를 쓰지만 95% 이상이 문맹자로 살아간다.
피그미족 선교단체인 작은손선교회(HfL)의 최관신(64) 선교사는 이들에게 피그미어(키템보) 한글 표기 문자인 ‘키템보정음문자체계’를 만들고 이를 가르치고 있다. 키템보는 피그미족 말로 ‘코끼리어’라는 뜻이다. 교재를 만들어 보급하고 한글로 표기한 키템보 사복음서를 출판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최 선교사는 “문제는 한글을 가르칠 사람이 없다”며 “함께 동역할 사람을 간절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 선교사는 50년간 한국과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아프리카는 말로만 듣던 사하라 사막에 가보고 싶다 정도였다. 그러다 2010년 아프리카에서 열린 목회자 세미나에 따라갔다가 피그미족을 만났다.
이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그들에게 예수가 우리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고 하자 “예수를 당신들이 죽여 놓고 왜 우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냐”는 반응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2013년 피그미족 대상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미국 서부 아메리칸침례신학교(ABSW)에서 목회학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복음장로교회에서 파송을 받았다.
키템보 한글 표기 문자를 생각한 것은 2015년이었다. 서울과 전주에서 열린 ‘한국 아프리카 문화교류·피그미족 돕기’ 자선공연에 피그미족 공주가 방문했다. 공주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에게도 한글 문자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최 선교사는 당시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였던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키템보의 한글 표기체계를 완성했다. 서울 양화진 묘역에서 한글성경 번역과정을 보고 키템보 성경번역에 들어갔다.
06.26.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