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신앙 선배들의 영성과 그에 따른 행동을 보며 위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웨슬리학회와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는 지난 20일 감리교의 창시자이자 성결운동을 일으킨 존 웨슬리(1703-1791) 탄생 318주년을 기념해 서울 영등포구 대림감리교회에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교회 위기와 웨슬리 영성’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박창훈(사진) 서울신학대 교수는 “유럽 중세 시대의 흑사병은 코로나19처럼 충격적인 감염병이었고, 한센병은 그동안 인류를 끈질기게 괴롭힌 질병 중 하나”라면서 “우리는 이 같은 감염병이 있던 시기에 신앙 선배들의 영성과 행동을 보며 현재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의료 개혁에도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중세 수도원은 병원의 역할을 감당했는데, 치료보다 격리 및 요양 시설로서 기능했다. 한센병과 흑사병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박 교수는 “루터는 정부의 주도하에 폐쇄된 수도원을 병원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했다”며 “루터의 생각을 이어받아 정책을 주도한 요한네스 부겐하겐은 공적 영역을 통해 의료·보건·구빈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것을 국가가 운영하도록 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비롯해 덴마크 등에서 국가주도형 병원이 생긴 것은 종교개혁가들의 업적이라는 것이다.
웨슬리 역시 말씀 선포뿐 아니라 병자를 위한 사역도 꾸준히 했다. 웨슬리는 1745년 9월 영국국교회의 브리스틀 연회에서 부흥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런던, 브리스틀, 뉴캐슬의 병자들에게 약을 나눠줄 것을 결의했다. 이를 위해 책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처방전 모음’을 출판했다.
한국교회가 비대면예배를 드리며 예배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는 현시점에 웨슬리의 옥외 설교를 참고해볼 수 있다.
박 교수는 “부흥운동 초기 웨슬리에게 허락된 강단이 없었다”며 “웨슬리는 성경에서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읽으며 이것이야말로 옥외 설교의 분명한 선례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옥외 설교는 영국국교회의 정규 예배에 참석할 수 없었던 노동자 등이 복음을 들을 기회를 제공했다. 박 교수는 “어떤 환경에서도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옥외 설교는 정치·경제적 계급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웨슬리 부흥운동의 문화적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평생 기도, 통독, 묵상, 성찬식 참여, 교제, 자비에 힘쓴 웨슬리의 영성 훈련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사는 크리스천은 중병을 앓는 사람들, 의료진, 바이러스 극복을 위해 치료 방법을 찾는 연구자,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라며 “이들을 위한 기도는 반드시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05.29.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