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더욱 높아졌다. 문제는 실천이다. 크리스천부터 하나님 창조세계를 보존·관리할 의무를 지닌 청지기로서의 삶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 전국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식 결과를 보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 질문에 66.4%가 ‘매우 심각’, 30.6%가 ‘약간 심각’이라고 응답했다. 둘을 합쳐 97.0%가 심각성에 동의했다.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 7월 같은 조사보다 심각성 인식이 두드러졌다. 당시는 개신교인의 41.1%가 ‘매우 심각’ 53.1%가 ‘심각한 편’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심각’ 답변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증가한 것이다. 2019년엔 개신교인 1000명뿐만 아니라 비개신교인 1000명도 조사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답변이 개신교인은 94.2%, 비개신교인은 92.4%였다. 믿는 이들이 기후위기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원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지난해 개신교인 조사에서 74.5%는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해서 생긴 사회적 재난’이라고 답했다. ‘다른 질병처럼 우연히 발생한 자연 현상’이란 답변은 17.7%에 그쳤다.
경제 성장과 지구온난화 방지 가운데 우선돼야 할 것을 묻는 말엔 무려 88.9%가 ‘경제 성장이 안 되더라도 지구온난화를 우선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11.1%만이 ‘경제 성장을 위해서 지구온난화는 어느 정도 무시해도 된다’고 했다.
기후위기 대처에 관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전폭적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숫자들이지만 교회의 구체적 실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기사연 조사 분석에 계속 참여하고 있는 신익상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교수는 21일 “기후위기 인식은 높지만 나에게 긴급한 필요를 순서대로 꼽으면 당장은 아니고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렇기에 교회의 목회자와 중직자들부터 공부하고 습관을 바꾸며 설교를 통해 기후위기 행동을 강조하고 성도들과 하나씩 실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극과 극으로 갈리는 한국교회의 다른 정치적 문제들과 비교하면, 생명을 살리고 생존을 도모하자는 기후위기 대응 이슈는 의견 일치를 볼 가능성이 큰 주제”라면서 “보수와 진보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가 청지기론과 소명론으로 함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05.0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