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며 한국 개신교인의 보수성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 성향에 관한 질문에 보수라고 답한 비율이 1년 새 7.4% 포인트 늘었다. 특히 20대 개신교인의 보수 성향 응답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크리스챤아카데미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속 토론회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이 주관해 실시한 ‘2020 개신교인 인식조사’에 대한 결과 분석과 전망을 이야기했다. 분석을 담당한 연구자들은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유튜브를 통해 발표했고, 논평을 담당한 토론자들은 각자 자리에서 줌을 활용해 발언했다.
이상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드러난 한국 개신교의 정치 인식 변화를 분석했다. 지난해 7월 기사연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패널 활용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개신교인의 28.8%는 보수, 31.4%는 진보, 39.8%는 중도라고 답했다. 2019년 같은 조사와 견줘 보수 응답은 7.4% 포인트 늘어난 반면, 중도 답변은 6.8% 포인트, 진보 답변은 0.6% 포인트 각각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안정을 희구하는 보수 성향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 개신교인은 진보 성향(40.4%)이 보수 성향(21.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반대로 60대 이상에서는 보수 성향(43.0%)이 진보 성향(21.3%)의 2배가 넘었다. 특히 20대는 보수 응답자가 22.3%로 60대를 제외한 연령층 가운데 보수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다. 2019년 조사에선 20대 보수 응답은 12.7%에 그쳤는데 1년 만에 10% 포인트 가까이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와 그에 따른 취업 및 아르바이트 시장의 붕괴, 부동산 정책 실패로 더욱 요원해진 내 집 마련의 꿈, 조국 추미애 등 전현 법무부 장관들에서 본 부모 찬스의 문제 등이 계기를 줬다”고 밝혔다.
개신교인의 공동체 의식은 매우 높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선 사회 구조적 해결보다 개인의 노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와 환경 인식을 분석한 신익상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가난의 원인을 묻는 말에 45.2%는 개인의 책임, 35.2%는 사회의 책임이라고 답했다”면서 “연령, 월 가구소득, 교회 내 직분이 높을수록,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에서 개인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경제성장과 지구온난화 방지 중 우선돼야 할 것을 묻는 항목엔 개신교인 88.9%가 온난화 방지를 택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창조론과 청지기론에 기반을 둔 기독교인의 앞선 인식을 엿볼 수 있으나, 교회의 실질적 행동은 아직 부족한 형편”이라고 평가했다.
01.2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