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 보장을 요구하며 21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학법 개정안에 포함된 개방이사 확대, 학교장 임용권 제한 등은 사립학교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만큼 교육적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목사)은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교회는 사립학교의 인사권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은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기정추)와 한교총 연구위원이 2개월간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마련됐다. 장로회신학대 박상진 기독교교육과 교수 등 학계·기독교계 인사가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사학법 개정안’이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개정안에는 학교법인의 개방 이사 정원을 현행 4분의 1에서 2분 1로 확대하고, 이사 선임에도 학교 법인 설립자 또는 이사장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배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김태영 대표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사립학교의 약 70%를 차지하는 기독교 학교의 자율성과 정체성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는 내용”이라며 “특히 개방 이사 정원 확대는 법인 운영의 결정권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교회는 사학이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가질 수 있도록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사립학교법 개정이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는 것도 반대하며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정추 연구보고서는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결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적 발상”이라고 규정했다. 법인의 학교장 임용 권한 제한 문제도 지적했다. 초·중·고 교장과 대학 총장은 학교 설립이념을 구현하는 중요한 인물인 만큼 법인 이사회가 임용해야 한다는 게 연구보고서의 주장이다.
기정추는 개방이사 정수를 늘리는 대신 학교법인의 비리를 근절하고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평의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종교계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공립학교와는 차별화된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정추 위원장인 김운성(영락교회) 목사는 “무조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학을 살리기 위한 사학법 개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학법 개정을 계기로 사학과 한국교회가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는 “무늬만이 아니라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기독교학교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정추는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기독교학교자정위원회’(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기독교학교의 부정과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감사하는 기구다.
11.21.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