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했지만, 기독 의료진들은 “교회가 세상의 걱정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교회와 기독인들이 사회보다 더 엄격히 방역을 지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광주에서 안과병원을 운영하는 서정성 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교회는 세상보다 방역에 더 철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 원장은 지난 2월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오고 신천지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을 때 ‘달빛의료지원단’ 중 한 명으로 대구에 갔다. 2월 28일부터 2주간 코로나19 대구 지역 거점 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선별진료소와 격리병동을 오가며 환자들을 치료했다. 하루 700~800명씩 확진자가 폭증할 때는 공포도 느꼈다. 서 원장은 “확진자는 급증하고 중국에선 의료진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두려웠다”면서 “전 세계 재난 현장에 많이 갔지만, 그건 상황이 끝난 뒤였고 대구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압박도 컸다. 그때마다 기도에 의지했다”고 전했다.
사투를 벌이는 기독 의료진을 힘 빠지게 한 건 일부 교회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였다. 기독인과 교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서 원장이 일한 동산병원은 미국 북장로교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한 의료 기관이다. 의료진 대부분이 기독인이다.
서 원장도 “국가적 재난 상황에선 신앙인들이 본을 보여야 하는데 자신의 믿음만 앞세우는 걸 보고 이기적이란 생각을 했다”며 “온라인으로 예배하고 묵상해도 하나님은 은혜를 주실 텐데 국민과 대립각을 세워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의료선교단체인 한국누가회 소속 김신곤 고려대 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면서 “특히 고령자가 많은 교회에선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무증상자인 청년들이 교회에 왔다가 고령의 성도를 감염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가 출석하는 교회는 오는 10일부터 현장 예배를 드린다. 대신 한 번만 드렸던 주일예배 회차를 늘리기로 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워낙 작아 성도 간 거리를 유지할 수 없어 회차를 늘리고 예배 참석도 청년과 고령자로 구분해 드린다”며 “온라인 예배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도 방역수칙 준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은 대단했다. 방심하는 순간 금방 퍼질 수 있다”면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감기 기운이 있거나 열이 나면 스스로 예배에 참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배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를 통해 일상에서 예배를 드리고 자기 삶이 교회가 되는 걸 많은 사람이 경험했다”면서 “생활 방역을 하며 생활 영성도 경험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05.16.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