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12일 0시부터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 1천400여명을 추가로 자가 격리에서 해제함에 따라 이번 조치로 격리에서 벗어난 대구 지역 신천지 신도는 5,647명이 됐다.
대구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추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신천지 모임, 집회 등을 일절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신천지 관련 시설의 폐쇄 기한도 2주 연장했지만 대구 지역 기독교계의 우려는 여전히 높다.
신천지 측이 그동안 신분, 시설 등을 은폐했다가 뒤늦게 밝혀지는 등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대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한 데다 주요 기념행사인 창립기념일(3월14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대체했던 주일예배를 재개했을 때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정통 교회 내 신천지 위장신도가 일으킬 수 있는 혼란이 방역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현기 대구동일교회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시 당국의 관리 인력만으론 5000명 넘는 격리 해제 신도의 동선을 일일이 파악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신천지 창립기념일을 맞아 은밀하게 소규모 모임을 가진다면 그 자리가 또 다른 코로나19 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신천지로부터 제출받은 1900여 곳 교회와 부속기관 주소 목록 외에 154곳의 시설이 더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12일 밝혔다. 신천지가 정부에 공식 제출한 자료에 또 한 차례 누락이 발견된 것이다.
오 목사는 “교회 부설기관으로 이단연구소를 3년여 운영해오면서 신천지에 대한 연구, 탈퇴자 신앙회복 등의 과정을 끊임없이 진행해왔다”며 “신천지의 특성 상 누락된 시설에서 언제 어떤 모임이 이뤄질지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교회에서의 예배 재개된다면 위장신도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예배에 참석하고 ‘추수꾼’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신천지 신도 집단 거주지 등 그 동안 은폐했던 시설이 드러날 때마다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되는 만큼 그들이 갖고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해 신도들을 관리하면서 활동 지침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구 지역 교회들은 전국에서 들어오는 성금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로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어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기 힘든 실정이다. 장영일 대구시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대구 지역 내 교회 대부분이 15일까지 영상예배를 드리고 23일 정상예배로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며 “예배 시 본 교회 성도 외엔 입장시키지 않고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신천지 교육을 진행하는 정도의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03.21.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