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이 평화 순례자 돼 주세요”

기감 본부 임직원 80여명 강원도 철원 DMZ 평화순례

한반도의 허리이자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의 현장 강원도 철원, 이곳에도 봄은 찾아왔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전명구 목사) 본부 임직원 80여명이 철원의 비무장지대(DMZ)를 순례하기 위해 찾은 3일 며칠째 불던 차가운 북풍이 멎었다. 순례객들은 강원도 철원군 옛 조선노동당사를 출발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지나 국경선평화학교와 월정리역 등을 방문하며 평화를 간구했다.

이날 행사는 강화도에서 고성까지 한반도의 동서를 잇는 ‘500㎞ 평화 인간띠’ 잇기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마련됐다. 기감은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열리는 인간띠 잇기 행사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성도와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순례객들이 첫발을 디딘 곳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조선노동당사. 골조만 남은 건물 사이로 지나는 바람 소리가 처량하게 들렸다. 순례객들의 시선은 분단 시계탑으로 향했다. 1945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64만5456시간 35분 56초가 지난 순간이었다. 지금도 흘러가는 분단의 시간 앞에서 순례객들은 말을 잃었다. 정적도 잠시, 색소폰 연주가 침묵을 깼다. 미국 버클리음대를 졸업한 다니엘 고(27)씨가 노동당사 앞에 서서 ‘고향의 봄’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는 ‘통일의 노래’와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으로 이어졌다. 

버스에 오른 순례객들은 민통선을 통과했다. 3번 국도에 오른 버스는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도로 양쪽으로 넓은 철원평야가 펼쳐졌다.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해 보였다. 모내기를 위해 곧 논에 물을 대야 하기 때문이다. 너른 들판엔 봄기운이 가득했다. 가끔 보이는 들꽃은 봄을 재촉하는 듯했다.

버스는 5분쯤 달려 국경선평화학교에 도착했다. 대전차방어용 콘크리트 장벽에서 100m쯤 떨어진 이곳 학교에선 대표 정지석 목사가 순례객을 맞았다.

정 목사는 “지난해 4월 27일 남북 정상이 만난 후 이 지역의 긴장감이 덜해진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남북의 평화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평화의 여정은 계속돼야 하므로 기독교인들이 평화의 순례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학교 앞마당으로 이동한 순례객들은 전명구 감독회장의 안내에 따라 손을 맞잡고 큰 원을 만들었다. 전 감독회장은 “북한 땅이 보이는 분단의 현장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권했고 ‘주여’ 삼창이 이어졌다. 

 

04.1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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