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김일성 북한 주석의 가계(家系)는 기독교와 그의 가족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 흔히 거론된다. 김 주석의 어머니 강반석(1892-1932)은 권사이며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창설자이자 목사인 강량욱(1904-1983)은 김일성의 외숙부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지금껏 정설처럼 여겨진 이 내용이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교회연구원장 유관지 목사는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남산감리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통일포럼 2월 정기모임에서 “목회자나 교회사학자 가운데 강반석을 ‘권사’로, 강량욱을 김일성의 외숙부로 기록하거나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모두 사실과 다르다”라며 “한국교회가 북한교회에 대해 정확하지 못한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목사는 이날 ‘노동신문의 종교 관련 기사 분석 중간보고’란 제목의 발표에서 “강반석을 권사로 칭하는 건 그야말로 무책임한 ‘멋대로식 임명’”이라며 “권사였다는 기록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강반석은 40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결혼 전엔 하리교회에서, 이후엔 송산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강반석은 16세에 남편 김형직(1894-1926)과 결혼해 20대 이후 여러 지역으로 거주지를 계속 옮겨 한 교회에서 안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장로교 권사 직분이 당시에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장로교의 경우 1955년 제40회 총회에서 권사 선거를 시행키로 결의했다.
이어 “강량욱 목사는 김일성의 외조부인 강돈욱의 육촌 동생”이라며 “지금도 교회 강단에서 강 목사를 김일성의 외숙부로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때마다 ‘외종조부’라 정정해준다”고 설명했다.
유 목사는 또 1990년대 후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파악한 분단 전 북한교회 수치에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단 전 북한교회 숫자에 대해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3040개라고 말해왔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며 “이는 한기총을 중심으로 북한교회 재건 운동이 일어날 때 나온 수치인데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의 최근 연구 결과나 조선총독부 통계와도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기독교사전’을 편찬 중인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는 분단 이전 북한 장로·감리교회 수가 2,118개라고 최근 밝혔다. 여기에 성결교회 등 기타 교단 교회를 합해도 2500여개가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1940년 당시 조선총독부 통계에 이북 5도의 교회는 2,289곳이 있던 것으로 나오는데 여기에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 지역이 빠진 점을 감안하면 연구소의 최근 연구 결과와 비슷할 것으로 봤다.
유 목사는 “북한교회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조선총독부 관보뿐 아니라 노동신문 같은 북한 매체와 교과서 등의 1차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이 한국교회 내에서 더 많아져야 한다”며 “이들 자료를 통일선교 시각으로 살펴볼 때 북한교회 연구의 정확도와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