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의 ‘삼베 수의’ ‘유족 완장’ ‘국화 헌화’ 등이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 김향숙)가 일제 관습 탈피를 넘어 ‘천국 소망’을 제시하는 기독교 장례문화 운동을 시작했다.
하이패밀리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퇴계로 고후나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독교 상례 대안을 제시했다. 송길원 공동대표는 “일제가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만든 장례문화는 시급히 고쳐야 한다”며 “교회는 기독교 장례문화를 통해 상심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천국 소망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제 관습이 남아있는 장례문화가 알려진 것은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전시회에서다. 전시회 자문을 맡은 김미혜 서라벌대 장례서비스경영학과 교수는 30일 국민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뒤 그 서러움에 삼베옷을 입었다는데서 유래한다”며 “이후 삼베옷은 죄인들이 입었다. 일제는 삼베 수의를 확산시켜 비단 등을 공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조상들은 생전에 고인이 입었던 가장 좋은 옷을 수의로 사용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묘를 이장할 때 발견된 수의는 비단이나 명주로 만들어진 화려한 복색이라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일제는 장례식 등 군중이 모인 자리에서 독립운동을 모의할까 봐 완장을 채워 장례식의 주최자와 참석자를 구별했다”며 “국화는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꽃이다. 우리 민족은 원래 수파련이라는 꽃이나 병풍을 장례식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일장도 일제의 장례 간소화 정책에 따라 생긴 것이다. 원래는 최소 100일에서 삼년상을 치렀다.
이에 따라 송 공동대표가 담임하는 청란교회는 성도들의 뜻을 모아 ‘기독교 장례 절차’(아래 표 참조)를 제정했다. 중심 성구는 시편 116편 15절과 잠언 14장 32절이다. 장례예배는 ‘천국 환송 예배’로 드린다. 허겁지겁 치르는 삼일장이 아닌 준비된 장례로 치른다. 교회 성도들은 임종 후 24시간 동안 가족끼리 충분한 애도와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병원 장례보다는 교회의 가족장을 우선한다.
염습은 병원 또는 장례 전문 업체를 통해서 한다. 수의는 삼베옷 대신 고인이 즐겨 입은 평상복이나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입힌다. 성경에서도 삼베옷은 죄를 짓고 회개할 때 입는 옷으로 상징된다. 화환과 꽃장식보다는 구절이 담긴 ‘메시지 병풍’으로 격을 갖춘다. 영정 사진 외에 고인의 사진을 전시해 그의 삶을 빛나게 한다. 헌화는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가 아닌, 고인이 좋아한 꽃 등으로 장식한다.
김향숙 공동대표는 “교회는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고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이 가정 사역의 완성”이라고 전했다.
하이패밀리는 오는 18일 경기도 양평 서종면 가정사역종합센터 ‘W-스토리’에서 ‘해피엔딩스쿨’을 개최한다. 교회를 대상으로 ‘상(장)례 문화의 개선 지침’을 구체적으로 나누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