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이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관중(管仲)이 한 말이다. “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百年之計) 莫如樹人. 一樹一獲者穀也, 一樹十獲者木也, 一樹百獲者人也.” 그 뜻인즉, "1년의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것만 한 것이 없고, 10년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만 한 것이 없고, 평생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기르는 일 만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번 거두는 것이 나무이며,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이처럼 교육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기 때문에 백년 앞을 내다보는 원대한 계획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선교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는 한 국가를 넘어 우주적이요 아니 이보다 더 큰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그것은 내일 종말을 맞이할 것처럼 긴박함으로 하되 한편으로 백년, 천년 후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임해야 한다는 말이다. 본시 하나님 나라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그런 점에서 1세대 개척 선교사의 책임이 막중하다. 시작을 잘못 하거나 방향성이 틀리면 모든 것이 꼬이기 마련이다.
1. 차세대 리더를 세우는 일
1세대 개척 선교사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사역은 무엇인가? “사람을 얻어, 사람을 길러,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아무리 큰 프로젝트를 이루고 교회를 수없이 개척했다 할지라고 주님께서 쓰실 만한 일꾼을 남기지 못했다면 그 사역은 안개처럼 사라지기 쉽다.
한인 세계선교는 유감스럽게도 성과주의 덫에 걸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짧은 기간 내에 가시적인 업적을 드러내기 좋아한다. 인재를 발굴하고 투자하며 리더로 세우는 데 인색하다. 왜 그러한가? 일꾼 양성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표시가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나 선교기관에서 후임자를 찾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자기가 일꾼을 키우지 않고 밖에서 찾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모델이신 예수님의 사역은 어떠했는가? 주님의 사역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띠고 있다. 즉, 가난한 자, 귀신들린 자, 병든 자 등 가는 곳마다 그들의 필요를 채우시고 군중들에게 천국복음을 선포하셨다. 그러나 핵심 사역은 12명의 제자들을 세우는 것이었다. 주님께서 만일 제자양성을 하지 않고 대중 집회만 했다면 과연 사도행전의 역사가 일어났을까?
영혼구원은 성령의 역사 가운데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나 제자들은 인고의 세월 속에서 길러진다. 그러므로 개척 선교사는 가시적인 사역 결과를 드러내기 위해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아야 한다. 주된 초점은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을 일꾼으로 세우는데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나아가 그 리더를 중심으로 영성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전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룹이 아니고 혼자일 경우에는 쉽게 곁길로 가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선교는 종말론적이면서도 다음 세대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개척자는 당대보다 후대가 열매를 맺도록 사역적 기초를 놓아야 한다.
2. 선교센터를 구축하는 일
속담에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라는 말이 있다. 기댈 언덕이 없으면 황소도 힘을 쓸 수가 없다는 말이다. 컴퓨터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을 담는 하드웨어가 없을 때 컴퓨터는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선교도 같은 이치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사역을 펼치기 위해서는 선교센터가 마련되어야 한다.
한인 세계선교는 대체로 보수적인 노선을 타고 있다. 전도, 제자훈련, 신학교 교육, 교회개척 등이 주류를 이룬다. 한마디로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같은 사역에 강조점을 둔다. 이러한 흐름은 나쁘지 않다. 어차피 센터는 내용을 담기 위한 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해도 사역의 내용을 담을 수 있는 터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사역이 커질수록 센터의 필연성은 절실해진다.
현재 세계에서 구축되고 있는 한인 선교기지는 대다수가 매우 열악하다. 그 이유인즉, 마련하는 쪽에는 큰 재정이 소요됨으로 후원교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또한 센터들이 연합적이지 못하고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하고 있는 것도 주된 원인이다. 이로서 한인 세계선교가 장기적으로 팽창하려면 하드웨어 격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전략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이 사역은 개척 선교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왜냐하면 세상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센터 건립을 위한 부지라도 마련해두었다면 장래를 기약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이미 때를 놓쳐 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개척 선교사는 현지에 도착한 때부터 선교기지 구축을 위한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 야전군 사령부처럼 선교센터는 장기적 계획 가운데 추진하되 가능한 파송기관 또는 교단별로 선교사들이 연합적 프로젝트로 할 필요가 있다.
3. 선교 매뉴얼을 만드는 일
모든 단체나 교회는 무엇인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사람, 전통, 내규, 재정, 프로그램, 유행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대체로 한인 공동체는 리더나 목소리 큰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 비록 정관이 있지만 그 위에 사람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최고 리더가 자리를 비우면 공동체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에 새들백교회를 이끌고 있는 릭 워렌(Richard Duane Warren) 목사는 “교회가 건강하게 되려면 사람보다는 반드시 목적이 이끌어가야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목적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효과적이어야 한다. 본질은 강하고 순결하게 지키되, 방법은 상황에 맞게 적용시켜야 한다.
서구인의 선교에 비해 한인 세계선교의 가장 큰 약점은 선교에 관한 매뉴얼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주로 행동이 앞서며 사역적 기록이 적고 또한 그것을 보편적 매뉴얼로 만드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설사 어떤 이들은 좋은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을 나누거나 전승하기를 싫어한다. 이렇게 옹졸한 시각으로 자기 울타리에 갇혀 있는 함량미달의 리더들이 있는 한 우리 선교는 발전하기 힘들다.
선교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요, 그 이상이다. 그러려면 비전, 목표, 전략, 정책, 제도, 과정, 방법 등 선교전반에 관한 연구가 병행되며 그것을 매뉴얼(Manual)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업이 개척 선교사에게 주어져 있다. 그에게는 길을 트고 그 노하우를 다음세대에게 전승할 책임이 있다. 그러면 후에 오는 선교사들이 시행착오를 덜할 뿐 아니라 선교의 속도감이 붙을 것이다. 따라서 매뉴얼은 개인이나 단체보다 하나님나라 차원에서 거시적이고 개방적인 시각으로 다뤄져야 한다.
맺음 말
언어와 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른 토양에 떨어진 개척 선교사는 마치 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뛰어든 특공대원과 비슷하다. 불안하고 긴장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창조적인 사람들은 불안을 잘 견딜 뿐만 아니라 즐기는 자들이다. “불안은 창조의 시녀”라는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의 말처럼, 창조는 불안 없이 오지 않는다. 이에 저들은 자신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고 과감히 도전한다.
창조적 소수로서 하나님께서 택한 1세대 개척 선교사는 참으로 그 소임이 크다. 그가 해야 할 첫째 사역은 핵심 리더를 세우는 일이다. 둘째 사역은 장기적 안목으로 기댈 선교센터를 마련하는 일이다. 셋째 사역은 다음 세대가 응용할 수 있는 선교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다. 이 3가지 사역적 기초가 구축된다면 그 선교지는 시간이 갈수록 뒷심을 발휘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그 선교지는 결코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없다.
그러므로 개척선교사는 당대에 결과물을 창출하려는 유혹을 포기해야 한다. 다윗의 일이 있고 솔로몬의 일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개척 선교사는 아쉬울 지라도 늘 빈 마음으로 살며 백년지대계의 안목이 있어야 한다. 사람보다 하나님을 의식하며 후세대들이 열매를 맺도록 등받이가 되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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