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쿠르드 족은 2천 5백 년간 나라 없이 유랑하며 살고 있다.
저들도 한 터전에서 자치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우리는 저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안목을 의식하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쿠르드족은 누구인가? 인구 3,2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유랑민족이다. 저들은 지난 1세기 동안 서구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이들로부터 협력과 배신을 경험했다. 이 민족은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나뉜 뒤 강제동화와 차별정책에 맞서 처절한 생존투쟁을 해오고 있다. 지금 중동에서 쿠르드 문제는 팔레스타인 분쟁 문제와 더불어 가장 첨예한 갈등의 핵이다. 세계는 알아야 한다. 쿠르드족을 방치하고 중동에 과연 평화가 깃들 수 있을까?
1. 쿠르드족의 현황
쿠르드족은 터키 동남부, 이라크 북부, 이란 북부, 시리아 동부 접경의 약 30만km² 산악지대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전체 인구는 CIA 2015년 추정치로는 3,000만 명이며, 프랑스 파리의 쿠르드연구소의 2017년 추정치는 3,640만-4,560만 명이다. 쿠르드족 전체 인구의 45%는 터키에, 24%는 이란에, 18%는 이라크에, 6%는 시리아에 있다. 중동에서는 아랍인, 터키인, 페르시아인 다음으로 많다. 종교는 대부분 이슬람교 수니파이다. 언어는 인도유럽어족 이란어파에 속하는 쿠르드어를 독자 언어로 사용한다. 주된 생업은 목축으로 중동 외의 다른 민족과 같이 유목민으로서 생활해왔다.
쿠르드족은 종교가 아닌 사용 언어와 문화로 정체성을 찾는다. 이 민족은 독립국가가 아닌 유랑민이기 때문에 강대국의 중동정책과 연계되면서 환원적으로 주변 나라들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오고 있다. 저들은 소수민족으로서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 동화되기보다 분리되는 것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핍박을 받으며 대립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양상은 국가 대 민족이데올로기 대결과 영토회복주의(irredentism)와 분리주의(separatism)의 프레임으로 이해될 수 있다.
2. 쿠르드족의 역사
쿠르드족은 한 번도 독립 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항상 여타 나라에 종속돼 있었다. 저들의 터는 중세부터 근대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유지한 오스만제국의 자치구인 쿠르디스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영국은 오스만제국을 쓰러트리기 위해 독립 국가를 세워준다는 약속을 하고 쿠르드족을 끌어들였다. 문제는 1920년 세브르 조약에는 쿠르드족이 사는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에 쿠르드 국가를 만든다는 구상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를 대체한 1923년의 로잔조약엔 독립내용이 빠졌다.
결국 쿠르드족은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만들어진 자의적인 국경선에 따라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에 분단되게 된다. 이후 분리 독립을 외치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왔으나 자체 민족주의 세력이 단합하지 못한 연고로 독립에 실패한 채 지내왔다. 특히 주변국들이 쿠르드족의 독립을 절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은 이 민족의 규모가 너무 크고 그 거주지가 하필이면 석유산지와 겹치는 곳이 많다는 이유도 있다. 더구나 만일 저들이 독립할 경우 타 민족도 분리 독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 이슬람국가(IS)’를 격퇴시킨 쿠르드족
2014년 당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세계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이때 IS 앞을 가로막고 나선 이들이 있었다. 시리아군도 이라크군도 아닌, 독립국가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중동의 집시요 방랑자’인 쿠르드족(族)이었다. 이들에게 ‘IS 격퇴전’ 참전을 독려한 건 미국이었다. 쿠르드는 강했다. 시리아·이라크 지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들은 IS와의 전투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사방으로 뻗던 IS의 기세가 단박에 꺾였다. IS는 막판까지 탱크가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좁고 미로 같이 복잡한 주택가에 배수진을 쳤다. 이러한 적을 무찌르려면 육탄전을 벌여야만 했다.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그 역할을 쿠르드가 도맡았다.
쿠르드가 애초 전쟁에 나선 건 IS가 이들 마을까지 쳐들어와서 이기기도 하지만 그보다 이 위기를 민족독립의 기회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동 외교가와 전문가 사이에서 쿠르드가 IS 격퇴 임무만 잘 마치면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독립 국가를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마침내 IS 격퇴전은 승리로 끝났고 그 주역은 단연 쿠르드였다.
4. 兎死狗烹(토사구팽)된 쿠르드 족
쿠르드족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강대국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 100년간 쿠르드족을 최소한 8차례 배신했다고 미국 온라인 뉴스매체 “더 인터셉트”가 최근 보도했다. 여기에서 배신(Betray)이라는 용어는 쿠르드족을 사자의 입 안에 던져준 일, 쿠르드족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묵인한 침묵, 그리고 독립 가능성을 열었다가 이를 무산시킨 희망 고문을 모두 포함한다.
2019년 10월 6일 시리아 동북부에 주둔했던 미군의 철수는 쿠르드족을 배반한 8번째이자 최신 사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미군을 철수시킨 것은 적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고 동맹들에는 고통만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여파로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의 수반은 "의지할 친구는 또다시 산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사임했다.
아무튼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서방을 대신해 IS 격퇴전장을 누비던 1만1000명 이상이 희생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들에게 독립국과 자치권이라는 과실 대신 주변 열강의 역공이라는 냉엄한 현실만이 돌아오게 된 것이다.
5. 쿠르드족을 향한 근본적 대책
이 민족은 2500년간이나 여타 민족에 동화되지 않고 살아왔다. 그만큼 자기 정체성과 문화를 지닌 채 독립을 갈망해왔다는 증거다. 이제 세계는 넓은 시각으로 저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존과 화해를 부르짖는 21세기의 길목에서 인류사회가 자기 말과 글, 원초적인 민족문화를 거부당한 3,200만의 인류집단을 방치한다는 것은 인류문명에 대한 명백한 오점이다.
이제 서방과 저들을 소수민족으로 소유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은 정치적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그것은 쿠르드족의 문화적 동질성 보장에서 출발해 민족적 자치를 이루게 하고 무장투쟁 종식과 상호 불가침 협약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도록 단계적인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다. 저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 하나님의 선교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은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이라크와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독립하여 나라를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였다. 미래는 우연히 오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 이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맺음 말
동물의 세계는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힘센 놈이 장땡이다. 인간의 세계는 어떠한가? 유구한 역사를 돌아보면 개인과 집단을 떠나 역시 “약육강식”이란 힘의 논리가 지배해오고 있다. 그래서 역사는 강자의 편에서 기술될 수밖에 없다. 약자를 배려하고 같이 공존하는 선한 사회는 요원하단 말인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마저 동물세계의 지배법칙에 메인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자고로 인간의 탐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이때에 세계의 크리스천들이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 점에서 미국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축복이 큰 만큼 사명도 크다. 미국은 자체 우선주의(America First)도 중요하지만 돈보다 신의(信義)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평화와 안녕을 위해 하나님께서 미국에게 힘을 주시지 않았는가? 이것은 특권이며 축복이다.
jrsong007@hanmail.net
10/26/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