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철수” 선교사에 대한 소고(小考)

송종록 목사

(크로스선교전략 연구소)

최근 외부 요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추방된  선교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가리켜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라 부른다. 사역지에서 추방되는 선교사들은 대체로 10년 이상 되는 베테랑들이다. 저들은 대부분 한 종족이나 국가를 품고 일생동안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자들이다. 어떤 이들은 유서를 써 놓고 장도에 오르기도 한다. 헌데 “이게 웬 말인가?”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뒤로 한 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던 저들에게 추방은 날벼락과 같은 것이다. 혹자는 “이를 빗대어 큰 트럭과 부딪치는 것 같은 아픔이 있다”고 표현한다. 

어쩌든 비자발적 철수는 당사자나 후원교회 차원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일을 당할 때 자격지심(自激之心)이나 감성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금물이다. 추방 건은 사역적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선교에서 한 과정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 가운데 있는 선교사를 주님의 사랑으로 보듬고 격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한인 세계선교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들을 적절히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아니할 때에 한인 세계선교는 종말론적 사명을 완수 할 수가 없다.

 

1. 추방 선교사들의 사례

   

A 선교사는 선교사명을 위해 뼈를 묻을 각오로 러시아에 갔다. 그는 15년 동안 교회개척 사역을 열심히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추방을 당하게 되었다. 갈 곳 없는 탈북민 가족에게 며칠 숙식을 제공한 것이 화근이었다. 현지 선교사들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불법체류자 건은 인권문제가 아닌 정치문제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추방기간 5년이다.  하지만 이후 비자가 다시 나온다고 해도 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A선교사 가족은 현재 국내 친척 집을 전전하고 있다. 혼자도 아니고 가족을 대동한 중년 선교사를 아무리 친척이라 해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B선교사 역시 큰 사명을 가지고 중국에 갔다. 그는 대학생 제자훈련 사역을 하였다. 하나님의 은혜로 사역이 크게 확장되었다. 규모가 커짐으로 자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작년 말에 사역이양도 제대로 못한 채 나온 추방되었다. 다행히 그 아내와 아들은 3개월 더 체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그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하게 되었다. B선교사는 중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모든 것은 홀로 남은 아내가 처리해야 했다. 여기 두 건의 사례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사역현장에서 발각될 경우 취조를 당한 후 곧장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한다. 정말 말 못할 사연과 고통을 당한 선교사들이 부지기수이다.

 

2. 추방된 선교사의 아픔

   

선교사들은 비자 거부를 당하거나 추방을 당하면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사역 이양과 정리, 철수비용, 자녀들의 학교문제 등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본국에 돌아 와서도 이중고(二重苦)’를 겪기 마련이다. 사역지가 없는 선교사가 됐다는 심리적 압박감에다 ‘추방당한 선교사’라는 따가운 시선에 직면하게 된다. 1차적으로 사역자의 부주의나 체재전략의 부재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고, 현지 체제나 법에 대한 대응 소홀의 비난을 받을 소지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파송교회와의 관계를 신경 써야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초지종 설명을 해야 한다. 가족들 역시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자녀들의 학업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선교 상담지원센터 이경애 공동대표는 “추방당한 선교사들은 순교를 각오하고 간 사람들인데, 사역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왔다는 마음 때문에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 힘든 건 후원교회나 후원자들이 등을 돌리고 후원을 끊는 경우다. 그럴 경우 선교사는 사역과 생활기반 모두를 잃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추방된 사역자는 불시에 사역의 터전을 잃는 상실감과 함께 환경의 변화로 인한 잠재적인 두려움과 불안감 등으로 인해 심각한 상처와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3. 파송교회와 단체의 인식 변화와 역할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 부상당해 후방으로 철수되었을 때 이들을 맞이하는 향토민들은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 대신 나가 싸운 장병들을 마땅히 위로하며 따뜻하게 보살펴야 하지 않는가?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은 심신이 무척 고달픈 가운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파송교회나 단체 관계자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대처가 선교사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게 되기 쉽다. 추방 사유를 집요하게 묻는다거나, 추방 책임을 선교사들에게 돌리는 등 부지불식간의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기도하며 챙겨주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 저들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상처가 덧나기 전에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은 선교사로 하여금 사역지에서의 삶과 사역, 추방상황까지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적절한 디 브리핑의 멤버케어가 필요하다. 나아가 선교사를 대상으로 상담 및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사역지를 찾아 재배치를 하는 등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4. 추방 선교사에 대한 재배치 전략

   

추방이 큰 위기상황이지만 동시에 다른 지역과 대상들에게 복음이 흘러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따라서 우리는 선교사 추방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글로벌 선교전략을 위해 우리는 다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선교사의 자세이다. 평생 헌신을 다짐한 선교사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사역의 중단이다. 이에 선교사는 복음의 열정뿐만 아니라 현지 나라의 정책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모나지 않게 접근해야 한다. 가능한  공격적인 사역을 절제해야 한다.  동시에 현지 지도자를 양육하며 미연에 하나씩 리더십을 이양해야 한다. 또한 언제, 어디서라도 사역을 계속할 수 전문성을 배양해야 한다. 

둘째, 후원교회의 자세이다. 글로벌한 선교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꼭 첫 파송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언어와 문화권이 같은 곳이면 유동성 있게 선교사를 재배치하고 후원해야 한다. 파송 선교사와 일체감 있는 호흡이 필수적이다. 

셋째, 동료 선교사들의 자세이다. 어떤 곳에서는 텃세를 부리며 재배치되어 온 선교사들을 따돌리기도 한다. 하나님 나라의 선교에서 우리는 한 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교사들끼리 반목하며 냉대하는 것은 비극이다. 

넷째, 파송단체들의 자세이다. 선교단체 안에서 추방 선교사나 선교사 위기관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다. 단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고 정확한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맺음 말

   

선교사가 추방당하는 경우는 주로 종교의 자유가 없고 법적으로 제한된 선교지에서 많이 발생한다. 중동을 비롯한 모슬렘 지역에서의 추방은 워낙 그 뿌리가 깊고 예측 가능한 것이라면 최근 중국과 러시아 및 인도에서의 선교사 추방 및 철수는 다소 돌발적이어서 선교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아무튼 선교사는 그 지역과 국가에서 불법자로 취급되어 추방당했다 할지라도 죄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들이다. 이에 추방된 선교사들은 한인교회의 부담이 아니라 세계선교를 향한 전략자산이다. 저들의 소명과 은사와 노하우는 값진 것이다. 그것은 일확천금(一攫千金)으로도 살 수 없다. 따라서 한인 세계교회는 저들을 더 따뜻하게 감싸고 회복시켜 오대양 육대륙으로 재파송해야 한다. 그러할 때에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더 속도감 있게 힘을 발할 것이다.

jrsong007@hanmail.net

08.3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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