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록 목사 (대학선교, Ph.D)
태초에 세상은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 모든 것이 풍족했다. 하나님의 보살핌 가운데 인간의 고통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이 이 세상에 ‘빈곤과 기아’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한편에서는 음식이 남아 버리기 일쑤이지만 다른 편에서는 음식이 부족해 죽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지구촌에는 기아로 인해 5초에 1명씩 어린 생명들의 불꽃이 꺼지고 있다. 개와 소는 배를 채우지만 사람은 허기져 죽어가는 아이러니한 시대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아 문제는 수 억 명의 목숨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기아는 그저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들의 고통일 따름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교회마저도 비슷한 의식이다. 선교를 한다지만 대체로 영혼구원에 집중해 있다. 우주를 비행하고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있는 이 문명 시대에 어찌 이런 현상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세계 기아 현황
기아란? 사전적 의미는 ‘굶주림’이다.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에게 심각한 상태의 영양실조를 유발한다. 영양실조는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의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전염병을 유행시킨다. 장기적으로는 신체적, 정신적 발육을 저해하여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극심한 기아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면역력 저하로 전염병에 걸리거나 장애를 유발하기 쉽다. 그래서 기아는 “소리 없는 쓰나미(Silent Tsunami)”라고도 한다. 기아는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큰 문제이다. 국제연합(UN)의 식량농업기구(FAO)는 ‘2013 세계 식량불안 상황’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기아 인구는8억 4200만 명이라 했다. 이는 세계 인구의 12%로서 8명당 1명꼴로서 매일 25,000명 이상의 사람이 기아로 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의 주된 원인
첫째는 자연재해이다. 몇 년 사이 자연 재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지진, 홍수, 아열대 폭풍우, 장기간 이어지는 가뭄 등은 저개발국가의 식량 안정성을 위협한다. 특히 가뭄과 산림훼손은 곳곳의 토지를 사막화로 만들어가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경작이 가능한 건조지대의 73%, 아시아 대륙의 경작이 가능한 건조지역의 71%가 이미 사막화가 진행 중이다. 둘째는 전쟁이다. 1992년부터 인류를 위협하는 식량 위기 비율이 15%에서 35%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긴급 상황은 대부분 분쟁으로 야기된 것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오랜 분쟁과 전쟁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다. 셋째는 빈약한 농업 기반 시설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업 생산량의 증가는 빈곤과 굶주림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충분한 도로와 개간 시설 등과 같은 농업 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들이 농업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주로 도시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넷째는 부의 편중이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평등하지 못한 부의 분배구조이다. 국제화를 내세운 신자유주의는 세계를 더욱 약육강식의 세계로 몰아간다. 다섯째는 무관심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중 사람이 먹는 것 20%, 가축이 먹는 것 80%이다. 이것은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인류호혜사상이 없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어떤 사람은 애완용 짐승보다 대우를 못 받은 비극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식량 현황
1984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생산되는 식량의 양은 지금 인구의 2배인 120억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2,700칼로리 정도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식량 창고에는 식량의 안정적 수급이나 전쟁과 같은 비상시 대비하기 위한 많은 양의 식량이 비축되어 있다. 세계 식량 생산량은 지난 40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잉여작물들은 세계인구의 2배를 먹여 살릴 만큼 남아돈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들의 최대의 이윤창출을 위해 곡물을 태우고 가축을 죽인다. 배고픈 자들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기아문제 해결은 단지 유엔과 국제적십자의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수확량과 곡물의 판매 가격이다. 죽어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돈만 보인 것이다.
기아대책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불안과 영양실조는 단일의 이해관계자나 분야가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국가적 조치뿐 아니라 복잡한 사회, 정치, 경제, 농업생태 분야에서 관련 정책과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적인 과제는 인도적인 구호조치를 하는 것이다. FAO는 당면한 긴급구호를 위해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있다. 여기 원조식량뿐만 아니라 국제단체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개발지원금도 풀어 시급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선진국들이 앞장서서 개도국들을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다. 민주화를 격려하는 한편 이들 나라의 수출품을 사들여 자국의 경제개발을 도모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농민에게 토지를 분배하여 그들에게 농사 짓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한다. FAO의 통계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정상적으로 경작되는 땅은 7억 헥타르 정도인데, 작은 투자로도 경작 면적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문맹을 퇴치한다거나 예방가능 한 질병을 감소시킴으로써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적, 사회적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보다 긍정적 목표를 위한 전 지구적 연대도 필요하다.
교회의 역할
초대교회 교부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주지 않으면 그대가 죽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기아 현상은 식량의 부족이 아닌 ‘나눔’의 부족 때문이다. 교회는 특히 가난한 이를 위한 ‘나눔’이 ‘자비의 행위’라기보다 ‘정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교회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구제와 선교에 인색함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세계 교회들이 아무 조건 없이 구제비로 얼마를 내고 있는가? 많은 행정비, 건축비, 인건비에 비교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배고파 죽어가는 사람을 등한시 하고 복음만을 외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 주님도 인간의 빵 문제를 도우며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 밥 피어스 목사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하나님의 심장을 깨어지게 하는 일들에 의하여 저의 심장도 깨어지게 하옵소서(Let me heart be broken by the things that break the heart of God)!”라는 하나님의 음성 속에 배고파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월드비전을 창시했다. 크리스천은 사랑의 실천자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
맺음 말
세계는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74억 명을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인류가 살아오는 동안 지금처럼 식량이 풍부했던 적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선진국에서는 영양과잉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엄청난 사람이 영양실조로 굶어죽어 가고 있다. 이런 불합리하고 살인적인 세계질서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잘 사는 소수가 자원과 소득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 가진 만큼 나누어야 하는데 어디 인간의 욕심이 그러한가?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했다.
우리 인간이 조금 더 검소하고, 덜 소비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면 지구촌 기아는 없어질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공동체적 의식의 변화가 없다면 우리 세상은 소망이 없다. 우리 교회가 먼저 자기 울타리를 깨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jrsong0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