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타 문화권 언어

송종록 목사

(크로스 선교전략 연구소)

 

타 문화권 선교에 있어서 현지언어는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언어는 생활이며 문화이다. 기본적인 언어능력 없이 정상적인 생활과 문화적인 이해도 불가능하다. 선교사에게 현지 현지언어 습득은 단순한 생존뿐만 아니라 선교사명 완수와도 직결되어 있다. 물론 외국어를 잘한다고 선교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언어는 선교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현지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 들려주려면 언어가 소통되어야 한다. 혹자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는 웃기는 얘기이다. 한인과 현지인 중에서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설사 영어를 말한다 치더라고 이는 서로에게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도 없고 상대방이 들을 수도 없다. Herold Cook 교수에 의하면 “영어는 우리의 머리에다 말하나, 고유한 우리 언어는 가슴에다 말을 한다”고 했다. 사실, 말씀을 지식적인 전달로 그치는 것은 선교적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타 문화권 선교를 마음에 두는 자는 평생 그 나라의 언어와 씨름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교지 언어습득에 대한 중요성과 목표는 무엇이며 한인의 실상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떠한가?

1. 타 문화권 언어 습득의 중요성 선교사가 현지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지 그 말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그들의 정신과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나아가 언어를 매개체로 그들과 소통하며 사역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 잇점에 대해 선교학자인 J. Herbert Kane은 4가지로 언급했다. 이는 “사람들과의 유대를 증진시키고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주며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케 하고 선교사에게 자신감을 준다”라고 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비록 어색하고 문법이 틀린다해도 낯선 이들이 자국어로 접근해오면 누구나 친근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더구나 현지언어 수준이 높아 갈수록 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그 땅과 백성을 사랑하게 된다. 또한 통역 및 현지 조력자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 자신감을 얻게 되고 사역의 내용도 알차게 된다. 반면에 현지언어 준비가 미흡하면 현지인과 그 문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이것은 기초공사를 하지 않고 높은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과 같다. 후에는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며 장기 사역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그러므로 타 문화권 선교는 멀리 내다보고 한 걸음씩 정석의 길을 가야 한다.

2. 타 문화권 언어 습득의 참된 목표 선교를 위한 현지언어를 준비하는 목표는 무엇이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르러야 하는가? 선교사는 아무리 현지언어를 잘한다 해도 원어민과 동일하게 할 수는 없다. 대체로 성경번역 선교사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편적 선교사역은 그렇게 높은 학자적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지는 언어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 전도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언어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복음전도를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할지라도 최소한도 현지언어로 인하여 생활에 불편함은 없어야 한다. 나아가 문법적으로 어긋나지 않게 현지어로 설교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선교사의 언어 수준보다 어떤 마음으로 실제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다 해도 사역적 어휘나 표현방법이 세속적이면 영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3. 타 문화권 언어 습득에 대한 한인들의 약점 첫째, 한국은 단일민족, 단일문화, 단일 언어권을 유지해온 나라이다. 지정학적으로도 동북아의 귀퉁이에 위치해 있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여 사용된 적이 없다. 이는 한국인은 새로운 언어를 접하며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은 예외이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나라는 다민족, 다중 언어로 구성되어 있기에 자연히 여러 언어를 쓸 수밖에 없다. 둘째, 한인은 일반적으로 선교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장기선교사로 나가는 사람의 평균 나이가 30중반이다. 21세기 들어서는 더 늦어졌다. 젊은 헌신자들이 적고 은퇴한 시니어 선교사 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현지 언어에 대한 준비 없이 사역지에 도착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열심이 있다 해도 타 문화권 언어학습에 대한 생물학적 나이는 속일 수가 없다. 셋째, 대체로 한인 선교사는 일 중심이다. 가능한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한다. 이러한 자세는 현지언어를 소홀히 준비하기 마련이다. 국제기관의 Language Supervisor들은 “왜 한인 선교사들은 선교지에 오면 언어공부를 하지 않고 일부터 합니까?”라고 뼈있는 조크를 한다. 이제 갓 온 사람도 그렇거니와 연수가 된 사역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이미 기초언어를 구사하고 있기에 이 분야에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4. 타 문화권 언어 습득을 위한 제언 언어는 문화이다. 문화가 동반되지 않는 학습은 진보가 어렵다. 또 습득했다 할지라도 현지생활 속에서 응용되지 아니하면 곧 기억에 남지 않게 된다. 아무튼 교실 안에서 학문적인 언어학습은 죽은 언어가 되기 쉽다. 중요한 것은 배우는데 얼마나 노력하며 생활가운데 적용하느냐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워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구사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언어습득의 효과는 나이에 반비례한다. 특히 선교적 열망이 있는 자는 관심 지역에 단기선교로 1-2년 정도 가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현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되고 학습 기초가 쌓일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다시 장기선교사로 준비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며 현지언어 학습에 촉매제가 된다. 현대는 글로벌 시대이다. 일부 소수의 부족언어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가적 언어는 어디서나 교육자료를 구할 수 있다. 구지 현지에 가지 않고서도 삶의 현장이나 SNS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인간은 혀가 있는 한 누구나 외국어를 어느 정도까지는 습득할 수 있다. 문제는 열정과 지속성이다.

맺음 말 인간은 언어적 존재이다. 말로서 서로 소통한다. 음성과 혀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이를 바르게 사용하면 능력이 된다. 말은 마음의 생각들을 드러낸다. 그것들은 생명에서 생명에 이르게 하는 향기일 수도 있고 사망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악취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타 문화권 선교를 위해서는 현지언어의 벽을 넘어야 한다. 선교지에서 그 언어를 습득하지 아니하고는 사역적 뿌리를 깊이 내릴 수는 없다. 외국어 습득은 한 순간에 되어 질 수 없다. 많은 인내 가운데 열심을 다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 한인은 타 문화권 언어를 습득하는데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두되는 것은 선교사들이 현지언어를 소홀히 하고 너무 일 중심이라는 것이다. 사역과 언어를 구분할 수 없다. 사역의 효용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언어가 받쳐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선교는 겉돌기 쉽다. 왜냐하면 건물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형 사업은 가능하나 사람의 마음을 기경하는 사역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타 문화권 선교를 위해 헌신한 자는 현지언어 진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더 견고한 하나님의 도성을 위해서! jrsong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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