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에서 생각하는 가족 사랑

룻기 1:14
김창섭 목사

(세계선교교회)

“그들이 소리를 높여 다시 울더니 오르바는 그의 시어머니에게 입 맞추되 룻은 그를 붙좇았더라”(룻 1:14)

‘용비어천가’를 아십니까? 조선의 4대 왕이었던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후에, 한글로 펴낸 최초의 책입니다. 세종대왕은 자신이 만든 한글의 훌륭함을 이 용비어천가를 통하여 보여주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용비어천가의 내용은 세워진 지 불과 54년밖에 되지 않은 조선 왕조의 뿌리를 찬양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유명한 드라마 제목이기도 했던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의 문구가 바로 이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조선왕조가 뿌리가 깊은 나무와 같이 견고한 반석 위에 서 있으며, 태조 이성계의 여섯 명의 조상이 여섯 마리의 용처럼 날아올랐다는 등의 조선왕조를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용비어천가’는 조선왕조의 뿌리를 과하게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굳이 용비어천가를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나라들과 왕들은 자신들의 조상들을 미화하려고 합니다.

이 용비어천가와 비견될만한 글이 성경에도 있습니다. 바로 룻기입니다. 룻기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일컬어지는 다윗 왕의 조상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룻기가 용비어천가와 큰 다른 점이 있다면, 룻기는 다윗 왕의 조상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감추고 싶은 가족의 비밀이라 할 수 있는 이방 여인이 족보에 들어온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윗 왕의 조상이라면 혈통도 좋고, 선조들도 위대한 사람들만 있다고 할 법도 하건만, 룻기는 이방 여인 룻이 다윗의 족보에 끼어들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다윗의 조상의 이야기를 그저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로 끌어들입니다. 평범한 가족, 어려움을 겪던 가족 안에서 위대한 다윗 왕이 태어났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성경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만드셔서 부부라는 최초의 가족관계를 만드시고, 요한계시록 19장에 기록된 어린양의 혼인잔치를 통하여 인류 역사의 마지막도 가족의 이야기로 끝날 것임을 알려주십니다.

그렇다면 가정의 달을 맞아서 우리가 룻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정에 대한 교훈은 무엇이 있을까요?

룻기에 나오는 가족은 극심한 흉년에 고향 베들레헴을 떠나 이방 땅 모압으로 이민 갑니다. 가장은 엘리멜렉이요, 아내는 나오미,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이 있습니다.

모압에 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인 엘리멜렉은 죽고, 나오미와 두 아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나오미는 두 아들에게 모압 여인을 아내로 맺어 주었는데, 이 두 며느리가  룻과 오르바입니다. 두 아들이 결혼하는 좋은 일이 있었지만, 이 가정의 어려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이 자식 없이 아버지를 따라 죽었습니다.

졸지에 나오미는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모압 여인 두 며느리, 룻과 오르바만 나오미 곁에 남았습니다.

베들레헴에 흉년이 지나고 풍년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나오미는 두 며느리를 모두 친정으로 돌려보내고 혼자 베들레헴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모압 지방에서는 여자 셋이 도저히 살 방도가 없고, 그렇다고 베들레헴에 모압 여인 둘을 데려가는 것은 하지 못할 짓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 두 며느리에게는 딸린 자식도 없으니 친정에 돌아가서 좋은 남자 만나서 재가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이 두 며느리는 결코 돌아가지 않습니다.

당시 관습에 의하면 이 두 며느리가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재가하기 위해서는 시어머니의 아들, 그러니 시동생에게 시집을 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나이가 많으니 불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나오미는 룻과 오르바가 친정으로 돌아가기를 바랬습니다.

그러자, 오르바와 룻의 선택은 갈라집니다.

오르바는 시어머니와 작별인사를 하고 친정으로 돌아가지만, 룻은 기어이 끝까지 시어머니를 쫓아갑니다.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는 룻의 시어머니를 향한 고백과 결단은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귀합니다.

함께 가겠다는 룻의 결단이 단단함을 보고 나오미는 함께 가기로 결단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룻과 나오미는 베들레헴에 돌아가서, 기적과 같은 방법으로 결혼을 하고 대를 잇게 되는 놀라운 복을 누리게 됩니다. 대를 이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다윗 왕의 선조가 되는 영예까지 얻게 됩니다.

그래서 룻의 결단이 매우 귀합니다. 내 며느리가 룻과 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길 법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나오미 같은 시어머니가 된다면 며느리가 룻 처럼 선하게 보일 것이고, 내가 먼저 룻과 같은 며느리가 된다면 시어머니가 나오미와 같은 자애로운 어머니로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룻과 달리 친정으로 돌아간 오르바는 나쁜 며느리일까요?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르바도 처음에는 시어머니를 따라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아가라는 시어머니 나오미의 두 번째 권유에 오르바는 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찌 보면 시어머니의 뜻에 순종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시점에서 오르바는 시어머니 나오미의 속 마음까지는 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룻은 시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계속되는 돌아가라는 권유에도 돌아가지 않고 시어머니 곁을 지켰던 것입니다.

그래서, 룻기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가족의 사랑은 할 만큼만 하는 사랑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오르바만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룻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남들 다 하는 만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속 마음까지 헤아리는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마음으로 룻이 나오미를 따라갔을 때 다윗의 선조요, 멀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 되는 놀라운 복을 얻게 되었음을 기억하고, 가정의 달, 내가 먼저 가족을 사랑하고, 넘치도록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wmclakim@gmail.com

05.1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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