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장로교회)
문제는 기독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에게 있습니다. 종교나 믿음과 상관없이 인생의 문제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을 통한 믿음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이런 문제는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현실 가운데 역사하는 관계를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생의 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 곧 성경이기 때문입니다.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로고스(λόγος)가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고 개인의 삶에 적용되면서 레마(ρήμα)가 되면 인생의 문제에 답을 찾게 됩니다. 진리의 성령이 우리 마음에 찾아오시면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여주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염려하며 불안해하기보다는 인생의 모든 문제를 직면하면서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염려 불안의 정의
염려나 불안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감정이며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의 현상은 심해지면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라는 병이 되기도 합니다. “기독교 정신의학 핸드북”이란 책을 쓴 Quentin Hyder 박사는 모든 의학의 영역에서 불안과 염려에 대한 원인과 진단, 그리고 해결을 위한 이론만큼 다양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이런 이론들을 종합해 보면 불안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현실적 불안(reality anxiety)입니다. 외부로부터, 환경적으로 오는 위기를 인식하면서 생기는 것입니다. 부엌의 가스 불을 끄고 집을 나왔는지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극심한 불안도 그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는 신경성 불안(neurotic anxiety)입니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의식하고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으며 공포감에 빠지는 불안감입니다. 부엌의 가스불이 폭발하여 집이 몽땅 타버리지는 않을까하는 공포증입니다.
세 번째는 도덕적 불안(moral anxiety)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불안해하는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바로 그 예입니다. 지금까지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지배하고 있는 이론들은 이런 불안감 해소를 위한 부분적 답을 제시하지만 총체적인 해답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지성과 논리를 가지고 불안과 염려에 시달리는 원인을 파헤치고 치료방법들을 연구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불안과 염려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이 하나님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기도생활을 마스터하라
성경에 불안과 염려에 대한 말씀 중에 빌립보교회 성도들에게 권면한 사도 바울의 본문 말씀만큼 불안과 염려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말씀은 없습니다. 현실적, 신경성, 그리고 도덕적인 불안과 염려에 대한 해결책으로 바울이 첫 번째로 제시한 해답은 기도생활을 마스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하나님께 아뢰라”(4:6).
기도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입니다. 기도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속에 유익을 전하시려고 주시는 은혜의 외적 방편”입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88문). 또한 “죄를 고백하며, 하나님께 감사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도록 우리 소원을 아뢰는 것”입니다(제98문). 기도는 살아있는 신앙의 표현이며, 하나님께 대한 나의 사랑과 필요를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살아있는 신앙의 표현을 하는 사람의 기도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첫째는 예수님을 통한 하나님과의 관계를 확신하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그리스도 예수 안에서…지키시리라”(4:6-7).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과의 관계가 기도의 능력을 체험하는 중요한 첫 번째 요소입니다.
길을 모르는 사람은 제대로 기도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고 하셨습니다(요14:6). 사도 바울도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고 하였습니다(딤전2:5).
우리는 기도하면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합니다. “성령이 친히 우리의 영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언”(롬8:16)하시기 때문에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입니다.
기도의 능력을 마스터하는 두 번째 요소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이루어 주신 것을 기억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나님만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라고 말씀합니다. 어떤 일은 내가 해결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만 ‘기도와 간구로 하나님께 아뢰라’고 하지 않습니다.
히브리 기자는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고 했습니다(11:6).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기도할 때에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마21:22)고 더욱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기도의 삶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아빠를 믿고 의지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필요를 모두 아시고, 사랑하시고, 아끼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불안과 염려를 정복하기 위해서 기도를 마스터한 다음에는 하나님의 평강으로 치유 받아야 합니다.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4:7).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로 알게 되는 순간, 즉시로, 그리고 단번에 “하나님과 더불어 화평”을 누리게 됩니다(롬5:1). 화해의 평강입니다. 죄로 원수의 관계였는데 이제 화해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본문에서 바울이 말하는 “평강”은 화해하고 평온한 관계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입니다.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평강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키시리라”에 해당하는 헬라어 “푸레이세이”(φουρησει)는 ‘호위한다’는 의미로 로마군 수비대가 보초를 서는 광경을 묘사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평강이라는 파수병이 24x7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신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
불안과 염려는 대부분의 경우 세상으로부터 오는 두려움(현실적 불안)과 육신의 염려(신경성 불안)와 악한 자로 인한 좌절감(도덕적 불안)으로부터 옵니다. 하지만 본문에서 이런 불안과 염려로부터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이 우리를 지키고 치유해 주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평강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 마음에 안정을 줍니다.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을 지키시리라”(4:7). 마음이라는 헬라어 “카르디아(καρδιά)”는 우리 안에 숨어있는 정서적인 샘터를 의미합니다. 영어로 “heart”, 우리말로 “심장”인데 생명력을 가리킵니다. 마음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4:23).
또한 마음은 생각, 의지, 감정의 근원입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그 속에 보이지만 생각이 허망하여져서 미련한 마음으로 어두워졌습니다(롬1:21). 그래서 마음이 병 들면 생명력이 없어집니다. 얼마나 많은 현대인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정서불안에 떨고 있습니까?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잠17:22)는 말씀과 같이 심리적, 병리적 문제들의 근원을 추적해 보면 긴장과 정서 불안에서 근심하면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앞에 나아가면 하나님의 평강을 선물로 받고 이런 심리적인 병들과 병리적 현상들로부터 마음이 보호받고 안정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은혜입니까?
하나님의 평강은 파도치는 우리의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고요하게 해줍니다. 구약 성경에 능통하였던 바울은 “하나님의 평강이 너희 생각을 지키시리라”고 하면서 아마도 이사야 선지자의 “주께서 심지가 견고한 자를 평강에 평강으로 지키시리니 이는 그가 주를 의뢰함이니이다”(26:3)라는 영광스러운 말씀을 생각하면서 기록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기도와 간구를 드린 열매는 평안한 마음과 생각입니다. 기도하고도 불안한 생각이 맴돌고 있다면 제대로 기도하지 못한 것입니다. 평강이란 세상으로부터 떠나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얻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두려운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것과 같은 환경 속에 살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 누리는 평안함이 하나님의 평강입니다. 이 평강은 모든 지각에 뛰어난 것이고, 하나님이 주시는 영광스러운 선물 중 하나입니다.
예수님은 악재와 재난과 환난으로부터 우리를 옮겨 주신다고 하지 않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의 평강으로 우리의 마음과 생각에 평안함을 주신다는 약속을 하셨습니다.
찬양의 삶으로 승리
마지막으로 불안과 염려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찬양의 삶으로 승리해야 합니다. 평안한 마음과 생각으로 사는 사람은 찬양합니다. 불안의 원인 중 하나는 처한 특정한 문제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빼앗긴 마음으로는 절대로 찬양을 할 수 없습니다.
인생의 염려를 정복하고 찬양의 삶으로 승리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첫째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너희 구할 것을 하나님께 아뢰라”(4:6). 만일 하나님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면 문제를 그 분 앞에 아무리 아뢰어 봐야 헛된 것입니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오직 믿음으로 구하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약1:5-6)고 했습니다.
또한 찬양의 삶으로 인생의 염려를 정복한다는 것은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입니다.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4:6). 감사의 기도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의미입니다. 기도와 간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먼저 감사한다는 것은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실 것을 신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친구에게 부탁의 편지를 쓰면서 미리 감사하는 문구를 적기도 합니다. 이것은 그 친구가 나의 부탁을 꼭 들어주리라는 신뢰에 근거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도의 응답은 이미 하늘나라에서 예정된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와 간구는 무엇인가 필요한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랑의 하나님께서 나의 생애에 준비하신 것을 요구(claim)하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과 생각의 태도를 가질 때 찬양의 삶으로 즐거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말씀을 정리합니다. 인생의 불안과 염려에 해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도생활을 마스터하고, 하나님의 평강으로 치유 받고, 찬양의 삶으로 승리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가능해졌습니다. 예수님을 아는 것은 바로 기도와 평강, 그리고 찬양의 삶을 현실 가운데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참 좋으신 친구이신 예수님께서, 인생의 상담자가 되시는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 가운데 들어오셔서 인생의 모든 불안과 염려를 정복하게 도와주십니다. 하나님의 평강으로 우리 인생을 감싸주시고 지켜주시는 은혜 안에 거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schang@bostonkorea.org
11.06.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