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싱톤중앙장로교회)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마치고 떠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방문함으로써 양국의 경제동맹의 미래를 열어가는 희망의 신호탄을 새롭게 쏘아 올렸습니다. 올해는 한미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1882년 5월 22일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은 한국 역사에 서양 국가와 맺은 최초의 조약입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많은 아픔을 겪은 조선을 독립국가로 인정한 의미 있는 조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조약을 발판으로 삼아 한국 땅에 자유민주주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역사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 땅으로 들어온 복음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더욱 중요합니다. 선교사들의 도움과 헌신에 힘입어 일제강점기에도 한국의 기독교는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었고 해방 후에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건립에 중심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한국 땅에 들어온 선교사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애잔하게 합니다. 1885년 4월 5일 부활주일에 제물포 항구에 도착한 미국 북 장로교회 선교사인 언더우드와 미국 북 감리교회 선교사 아펜젤러로부터 한국 선교는 시작되었습니다. 1902년 아펜젤러 선교사는 물에 빠진 조선인 여학생을 구하려다 익사했고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삶을 따라 한국 땅에서 선교사로 보냈습니다. 테네시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1885년에 결혼 하자마자 신부를 데리고 6월에 한국으로 들어온 헤론 선교사, 제중원의 2대 원장으로 전염병 환자들을 돌보다가 자신도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에 온 지 5년째 33살의 청년 시기였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1890년 1월에 들어온 마포삼열 선교사는 수백 개의 학교와 교회를 세웠으며 그가 세운 평양신학교는 오늘의 총신대학교의 전신이 되었습니다.
1892년 전라도에서 교육사역과 영혼구원에 삶을 던진 윌리엄 전킨 선교사는 세 아이를 조선 땅에 묻으면서 마지막까지 선교에 힘쓰다가 한국에 온 지 15년 만에 43세의 젊은 나이에 주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나에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모두 조선에 바치리라”는 비문을 간직한 루비 캔드릭은 24세 처녀의 몸으로 이국 땅에 들어왔고 의료 시설이 열악했던 한국 땅에서 들어온 지 1년도 채 되지 못하고 주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병상에서 죽음을 앞에 놓고 “내가 죽으면 텍사스 젊은이들에게 수십 명씩 아침저녁으로 한국으로 나오라고 전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그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벽안의 여인입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가 위치한 버지니아주에는 한 시대 한국에서 삶을 보낸 메노나이트 선교사님들의 은퇴 마을이 있습니다. 아직 생존해 있는 노 선교사님들은 백발이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그들의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한국 땅으로 들어온 선교사들을 생각하면서 하나님께 드리는 특별한 감사의 제목이 있습니다. 푸른 눈을 가진 벽안의 선교사들은 대부분 20대의 젊은 선교사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미국 맥코믹 신학교에서는 40명의 학생들 가운데 이름도 생소한 조선을 소개받고 선교사로 지원한 학생이 26명이나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영혼의 어둠 속에 있었던 당시 조선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심어야 한다는 거룩한 열망 하나 가지고 태평양을 건너온 젊은이들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감사한 일은 많은 선교사님이 의료 시설이 열악했던 시대에 그들의 자녀를 한국 땅에서 잃고 많은 선교사도 일찍 주님의 품 안에 안겼지만 부모의 대를 이어 한국 땅에 선교사의 삶을 살았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역사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뿐 아니라 기독교 신앙 등 많은 면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한류는 온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도움을 받았던 지난 역사를 딛고 일어나 도움이 필요한 나라를 향해 마음을 쏟아야 할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한미 양국은 140주년을 넘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평화 정착과 세계 속에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뿌리내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 그리고 희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협력하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오늘처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허락하신 하나님 앞에 우리 민족,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일 것입니다. preachchrist@kcpc.org
05.28.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