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백인여성 증후군

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담임목사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언론 매체의 중심을 차지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9월 21일 와이오밍 중의 한 국립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개비 페티토(22세)라는 한 백인여성의 실종과 사망에 대한 기사입니다. 사건의 내용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6월에 페티토(Petito)와 그녀의 약혼자인 론드리(Laundrie)가 미서부 지역을 횡단하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상당히 큰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된 이 여행 중에 페티토는 가족 식구들 및 친구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하며 지내던 중 8월 말경에 이르면 갑작스럽게 모든 연락이 끊기게 되고 9월 1일 약혼남인 론드리 홀로 플로리다 자기 집으로 돌아옵니다. 딸 페티토와 연락이 끊긴 가족들은 약혼남에게 행방을 묻지만 바른 대답을 듣지 못합니다. 열흘이 지난 9월 11일 페티토의 부모님들은 딸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하게 되었고 경찰이 약혼남 론드리 집을 방문하여 약혼녀인 페티토의 행방에 대해 조사하지만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9월 17일 약혼남인 론드리와의 연락이 끊기며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이틀 뒤인 9월 19일 약혼녀 페티토의 시신이 와이오밍에서 발견됩니다.

한 백인여성의 실종에 대해서 미전역의 언론 매체가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도 처음 이 뉴스가 올라왔을 때 흔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실종사건으로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매일 톱뉴스로 인터넷의 주요언론 매체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언뜻 머리속을 스쳐가는 생각으로 ‘아마도 미국 전역에 영향력을 끼치는 잘 알려진 젊은 여성인가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거의 매일 유명한 언론매체들의 톱뉴스를 차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페티토라는 여성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낯선 전혀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취재를 했던 것이지요.

이번에 언론매체가 취한 보도행동에 대해 많은 지각이 있는 언론인들이 따끔한 충고와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번 실종사건에 대해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왜 페티토의 경우에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느냐에 대해 냉정하게 질문을 하며, 그 이유로 그녀가 ‘젊은 백인여성’이기 때문으로 설명합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심지어 ‘실종 백인여성 증후군’(missing white woman syndrome) 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질 만큼 미국 사회와 언론조차도 피부색깔에 의해 사회적 관심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되고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한 사람의 연쇄살인범에 의해 51명의 여성이 20년에 걸쳐 살해된 사건이 있었는데 피해자의 75%가 흑인여성으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지만 이 사건은 주류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피해자들의 피부색 차이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러한 언론의 공정하지 못한 보도현상에 대해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도 자세에 별 변화가 없는 것을 바라보며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교과서의 이론과 사상 속에 존재하는 평등이 현실의 삶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순간 그 평등은 가장 먼저 피부색깔과 인종이라는 불평등의 옷을 입고 잔인한 차별주의로 추락하여 특정한 피부색깔을 옹호하거나 무시하는 가해자로 변질됨을 보게 됩니다.

이런 편견되고 모순된 피부색 이론과 사상 속에서 또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살아갈 우리 자녀들의 세대를 바라보며 이 깊은 피부색의 계곡을 메우고 이어줄 태산보다 더 높고 깊은 우리 주 예수님의 겸손함과 받아주심과 희생 앞에 촘촘히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샬롬!

10.0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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