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신드롬을 경계하라

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새해 벽두부터 미국은 파워 볼 열풍에 휩싸였다. 세계 역사상 최고의 당첨금인 15억8천6백4십만불(약1조9천2백4십7억원)까지 치솟은 ‘파워 볼’이 지난 13일,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테네시에서 각각 1명의 당첨자를 냈다. 인생 역전, 인생 대박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의 범국민적 신드롬이 일고 있다. 복권이라 불리우는 “로또”(lotto)는 이태리어로 “행운”이란 의미인데, 복권의 시초가 로마시대였기 때문에 이탈리아어로 불리게 된 것이다. “lotto”의 사전적 의미는 숫자 카드 맞추기 놀이이다. “파워 볼”(power ball)은 6개의 볼을 뽑게 되는데, 처음 5개의 볼은 69개의 white ball에서 선택하게 되며, 나머지 1개의 볼은 26개의 red ball에서 뽑게 되는데, 총 6개의 볼에 새겨진 숫자의 일련번호가 맞을 때에 1등으로 당첨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첨된 확률은 거의 벼락 맞을 확률(100만분의1)의 300배(3억분의1)이기에, 로또가 실상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복권 열풍의 근원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건전한 레저문화 육성이라든가 효율적인 공적 기금 마련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강함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레저냐 도박이냐 하는 문제의식들은 정부의 복권사업 추진배경과 국민들의 사행심, 그리고 수익분배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지만, 로또 열풍의 모습은 일부 국민들의 끝없는 사행심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제는 ‘꿈’과 ‘희망’을 넘어선 중독의 길로 치닫고 있음을 보게 된다. 실례로 한국에서는 로또 번호 조합업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수십만원의 월급을 털어 복권 판매소로 달려가는 소시민, 신기(神氣)를 받으려 판매소 앞에서 굿까지 연출하는 모습들, 일손을 놓은 채 ‘로또 펀드’를 만들어 수백만원 상당의 공동구매를 하는 직장인까지 기존 복권문화의 행태와 전혀 다른 일대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게 된다.

행여 당첨이 되더라도 갑자기 얻어진 엄청난 행운은 자칫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필자가 25년 전에 목회했던 어느 소도시에서 직접 경험한 일이다. 한국 여성 한 분이 어느 날 1,700만불 복권에 당첨이 되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녀의 삶이 하루아침에 변했는데, 처음에는 이러 저러한 곳에 일정 금액 도네이션하는 선한 모습들이 지역 신문에 연일 실리게 되면서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필자가 가끔씩 만날 때면 당시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들과 나란히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달라진 위상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의 삶은 한동안 자취를 감추더니 급기야는 빈털털이가 되어 중고 자동차 하나 살 돈이 없어서 필자가 목회했던 교회 목사님의 co-sign을 받아 마련했다는 씁쓸한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2002년 3억1,500만 달러를 탔던 웨스트버지니아 주민 잭 윗테이커는 스트립 클럽에서 돈을 노린 강도를 만나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빼앗겼고 사랑하던 손녀딸이 의문사 했으며, 5년 후에는 은행잔고가 텅 비어버린 낭패를 겪어야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복권을 찢어버렸어야 했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갑자기 다가온 행운으로 정신질환을 겪다가 자살하는 자들도 있음을 보게 된다.

왜 엄청난 행운이 이처럼 자칫 불행으로 돌변하게 되는 것일까? 어느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78년 미국에서 100만 달러(약12억원) 이상의 복권에 당첨된 7명 등 당첨자 22명의 1년 후 행복점수를 비교한 결과 당첨자의 평균 행복점수는 5점 만점에 3.33점으로 일반인(3.82점) 척추부상자(3.48점)에 비해 각각 낮았다는 것인데, 이는 주변으로부터의 시달림과 당첨 이후의 삶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보통사람이 행복하게 느끼는 것에 대한 감흥을 잃게 되는 탓 등으로 분석됐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당첨 당시 전반적인 행복감은 급격히 상승했지만 몇 개월 후에는 당첨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고도 지적한다. 대박을 감당할 만한 관리능력,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미처 정립되지 못한 자에게 있어서 대박은 자칫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세속적 로또 열풍에 교인들의 마음이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경적 계명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대박의 삶이 아니라 “엿새 동안 힘써 일하라”(출20:9; 신5:13)이며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마6:11)이다. 물질이 없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그의 나라와 의가 없어서” 불공정하고, 불의하고, 불행한 삶으로 떨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하나님처럼 일하고 하나님처럼 쉬어야 진정한 안식과 평안, 하나님 나라의 행복이 깃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참고; 팀 켈러, “일과 영성”-cp.1). 소망찬 새해를 맞아 갑작스런 행운을 꿈꾸는 대박 신드롬을 경계하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아름다운 텃밭에서 성실하게 땀 흘리며 씨뿌리고 가꾸는 농부의 영성으로 하나님 나라를 기쁨으로 일구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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