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나무골에서(16): 한국 교회의 강점과 약점(1)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20여년전 뒤늦게 신학교에 진학했을 때 헬라어와 히브리어를 비롯한 조직신학, 성경신학, 교회사, 성경해석학, 변증학, 실천신학 등 상상을 초월한 신학적 세계를 접하면서 한 편으로는 기쁨을 누리면서도 웬지 모르게 영성은 메말라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결국 한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신학교 캠퍼스에서 새벽기도모임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미국인 교수들까지 기도모임에 참여하며 타인종 신학생들까지 기도 제목을 갖고 모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설교학 교수님을 비롯한 교수진들은 한국교회들의 초청을 받아 한국 방문을 하고 온 후, 한국교회와 한인 이민교회, 한인 신학생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한국 기독교의 영성을 수업시간 중에 모든 학생들에게 소개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가져오기도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목회를 하고 계셨던 일부 실천신학 교수님들은 자신들이 섬기는 교회에 새벽예배를 도입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미국 기독교역사에서는 전대미문의 일이었습니다. 여성 안수집사와 여성 장로를 세우지 않는 보수 장로교단에서 여성 리더 격인 한국형 권사제도를 도입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민주적이고 자유분방해 보이는 미국 교단과 교계를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단 나름대로의 전통과 교단 헌법을 철저히 준수하며 타 교단과의 차별화를 엄격히 지키고 있음을 봅니다. 외양으로는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교단들도 실상 내부적으로는 교단의 헌법과 내규를 사수하기위해 엄격한 치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동성애자 결혼인정 및 안수에 관한 교단 입장이 결정되자 수많은 내부 반발이 따르고 결국 교단 이탈이 속출되고 있음에도 융통성을 보이지 않는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는 모습에서 그 경직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교회들은 미국이나 다른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다양한 교단과 또 그 교단에서 분파된 수많은 교파들이 공존하는 기독교 백화점과도 같은 양상을 띠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명목상의 소속 교단별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다수 교회들은 소위 “순복음 장로교”라는 단일 교파적 모습을 갖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 줄 압니다. 미국의 침례교회나 감리교회에서는 장로를 선출하거나 장로로 불리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장로가 안수집사보다 우월한 직분자라는 인식에서 장로교단이 아닌 교회들조차 장로 직분을 부여하거나, 장로 직분을 받고 들어온 사람들을 교회 내에서 동일하게 장로로 호칭하고 있습니다. 감리교회는 원래 남성 권사제도가 있음에도 여성리더들을 위한 여성 권사까지 받아들이다보니, 장로의 역할을 하던 남성 권사의 직분까지 그 빛이 바래어가는 느낌입니다. 당회라는 제도 역시 교단을 초월해서 정착되어왔고, 교회 내 의사 결정의 최고 기구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교단이 달라도 성장하는 이웃 교회의 정치제도는 교단의 헌법까지 고치거나 무시하면서까지 당연히 도입해야만 하는 규범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목회적 차원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로 대표되는 순복음교단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30여년 전만 해도 한국교회의 전통적 예배에서 교인들이 박수를 치며 현란한 타악기와 반주에 맞추어 복음성가를 부르고, 통성으로 부르짖어 기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대형교회들은 수백만불을 호가하는 최고급 음향시설과 다양한 악기들, 영상 시설을 완비하고 전담 찬양 사역자들과 찬양팀들을 만들어, 주일예배시 호주 힐송교회의 찬양을 방불케 하는 전문적 찬양과 경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부교역자들은 매 예배마다 목청이 떠나갈 듯 통성기도 시간을 인도하며, 새벽예배, 금요기도회, 철야기도모임에서는 원래의 순복음교단 교회들보다 더 뜨거운 기도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했던 신학자들과 미국 목회자들의 한결같은 의견도 다양한 교단의 교회들을 방문했지만, 교단의 특성보다는 한국교회라고 하는 공통적 신앙과 목회의 현장을 볼 수 있었다고 한 증언들도 이 사실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들의 이러한 목회적 연합은 선교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 바, 세례와 침례같은 성례의 방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차이점 외에는 신학적, 교리적 차이점들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현지인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의 공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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