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덕 목사 (미주양곡교회)
비가 귀한 캘리포니아에 많은 비가 왔습니다. 비 온 뒤 어느 목요일 오후에 집 근처 공원길에 가득 자란 야생 채소를 보았습니다. 그 열무김치를 만드는 채소를 보자 문득 몇 해 전에 천국 가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가 해 주시던 그 열무김치를 생각하면서 그것을 뽑아 한 뭉치를 집에 가져갔습니다. 아내는 “야생 채소는 먹을 수 없다”고 집에 들이기를 거절하였습니다. 결국 함께 있던 동료 목사님이 가져갔습니다. 제 아내는 제가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뜯어온 야생 나물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 야생 채소는 다른 집으로 갔지만 제 마음속에는 내 사랑하는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심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천국으로 가셨지만 제 마음속에 살아 계신 어머니와 늘 대화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 중 “네 형을 아버지처럼, 네 형수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귀하게 대하라”시던 어머니의 말씀을 기억하여 지금도 제 형님을 대하고 제 형수님을 대한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내 어머니는 제 마음속에 살아 계시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이야기는 비단 저 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과거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마음의 내용일 것입니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음을 말입니다.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 이들이 살아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지금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멀리 사는 이들도 내 마음속에 살아 있을 수 있고 가까이 있는 이들 중에도 늘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특별한 경험을 가진 이민 목회자의 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자연히 조국 한국에서 살면서 만나고 헤어진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직도 제 마음속에 살아 있는 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만날 때에 그분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면서 그분들이 아직도 제 마음 한켠에 살아 있음을 깨닫게 된답니다. 동시에 조국을 떠나 거리적으로 먼 이곳 미국에 살면서 만나고 헤어진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제 마음속에 살아 있음을 문득문득 깨닫고 아련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추억의 행복한 기억들 속에서 그 많은 이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추억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마음이란 신비로운 광장이 있어서 가능한 마음의 활동 들입니다.
내 마음속에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기억 이란 광장에 살아 있듯이 그분들의 기억이란 광장 속에 나는 어떤 존재자로 기억될까를 생각하면 오늘을 살아가는 나 스스로에게 굉장한 책임감을 통감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추억의 사람으로, 고마운 추억의 사람으로, 신실한 목회자로, 많이 사랑하던 담임목사로 기억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를 사랑하시는 우리 주님께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존재자로 기억이 될까도 생각하게 됩니다. 부족함이 많은 작은 종일지라도 우리 주님 기억 속에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예수님의 기억 속에 자리매김되는 종이 되고 싶답니다. 이것은 나의 소망이며 동시에 나의 작은 기도입니다.
“사랑하는 주님, 저의 마음속에 주님이 살아 계십니다. 주님의 마음의 광장에 저도 기억되기를 기도합니다.” 십자가 한 편의 강도처럼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눅 23:42)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강도처럼 제가 구하는 기도가 응답받기를 간절히 소망 합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눅 23:43)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참 주인이신 우리 주님 예수님을 모시고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십시다.
cyd777@hotmail.com
02.04.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