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장로교회)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나가고 없는 사이 개를 돌봐야 했습니다. 늙은 개를 케어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신을 가누지 못하는 개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오랜 시간 가족으로 살아온 정과 아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이기도 해서 의리를 가지고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개를 아침 마다 대소변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이날은 소변을 기저귀에 했기 때문에 기저귀를 풀어 화장실 세면대에 담그고 물을 틀어 놓았는데, 이 수도꼭지에서 물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기다리다 그냥 밥을 먼저 준비해주고 오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개밥을 준비하고 있는데 문자가 옵니다. 아내가 개가 걱정스러워 어쩌고 있는지 확인차 보낸 것입니다. 문자를 보고 답장을 보내고 개밥을 준비하고, 밥을 먹이는데 잘 먹질 않습니다. “그럼 나중에 먹자” 그리고는 “내가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옷을 입고 내려오는데 어디서 ‘후드득’ ‘후드득’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뭔 소리인가 싶어 찾아보니 ‘아뿔싸,’ 기저귀를 담가놓고 틀어 놓은 화장실 세면대가 물이 넘쳐 화장실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제 곧 화장실 턱을 넘어 거실 마루로 차고 나올 기세였습니다. 나갈 준비한 옷차림으로 뛰어 들어가 수도꼭지를 잠그고 막아놓은 세면대 배수구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에 있는 모든 수건과 페이퍼타월을 동원해 물을 긁어냈습니다. 한 마디로 화장실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두고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약속이 미뤄졌습니다. 말하기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참을 닦고 물을 쓸어 담아 버리고야 큰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 수도꼭지가 물이 좀 더 세게 나왔다면 얼마나 큰일이 났을까 생각해봅니다. 또 작년 아내가 쌈지돈을 헐어서 화장실 바닥을 오래된 마루에서 플라스틱 바닥으로 바꾼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때는 쓸데없이 나중에 집 마루 바꿀 때 같이하지 별스럽다고 타박한 것이 미안해졌습니다. 뭐든지 불평할 게 못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불만스러운 게 있어도 그로 인해 누리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레슨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나는 스스로 멀티플한 인간형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잘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전하면서 전화도 받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신문도 보고, 대화도 합니다. 음식을 만들어도 여러 곳에 냄비를 올려두고 몇 가지 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심지어는 설교 준비를 하면서 뉴스도 보고, 성경도 봅니다. “참 복잡하게도 사십니다”라고 아내가 타박을 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만 하세요. 한 가지만”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때는 “내가 원래 좀 멀티플형 인간이자나 다 잘하니까 걱정 마시라”고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세면대 물 사건을 경험하고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이러다가 정말 큰 사고 나면 수습이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말씀 중에 “혹 한 가지 만이라도 족하니라”라고 하시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방문하셨으때 하신 것입니다. 이곳에서 예수님을 대접하기위해 분주한 마르다가 예수님께 투정합니다. 동생을 나무라달라는 것이지요. 수고는 자기 혼자 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빠 죽겠는데 거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때 주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눅 10:38-42) 참 명언이십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깨닫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 지금 내가 해야 하고,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에 집중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을 더 안전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길인 것을 말입니다. 운전을 할 때든, 음식을 할 때든, 사람을 만날 때든, 무엇을 하든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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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