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한인장로교회, NC)
얼마전 태국 선교사님이 오셔서 선교보고 하시는데, 태국 사람들의 정서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 있다며 여러 에피소드를 말씀하셨습니다. 태국 말로 '마이뺀라이'라고 하는데 그 뜻이 '괜찮아' '상관없어' '신경쓰지마'이며 영어로는 'no problem' 'never mind'의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길 가다가 어깨를 부딪쳐도 '마이뺀라이', 복잡한 길에서 발을 밟아도 '마이뺀라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태국에 처음 갔을 때에는 웃으면서 '마이뺀라이'라고 하는 말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태국에서 점점 살면서 '마이뺀라이'란 용어가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표현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하루는 컴퓨터 laptop을 학생이 빌려달라고 해서 하루만 빌려줬는데, 며칠이 되어도 되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아서 달라고 했더니 그 다음날 돌려주더랍니다. 그런데 컴퓨터를 사용하려고 하니까 몇 개의 자판기 부속이 보이질 않고 작동이 안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학생한테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학생은 laptop에서 빠진 부속품을 손으로 건네주면서 '마이뺀라이'라고 하더랍니다. 선교사님은 그 순간에 어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뭐가 괜찮아! 그 말은 내가 너에게 해야지, 왜 너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
태국에 살면서 이러한 황당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태국 사람의 뻔뻔함인지 느긋함으로 무사태평인 것인지 살면 살수록 '마이뺀라이'(괜찮아)에 적응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이뺀라이'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우리의 신앙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이뺀라이'(괜찮아!), 그런데 정말로 다 괜찮을 것일까요?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말처럼 들리는 것 같고, 모든 것을 염려하지 않는 사람의 말처럼 들리는 것 같지만 많은 경우 이 말은 무책임하게 들리고 때로는 I don't care 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만약 크리스천들이 늘 표현한다고 하면 어떤 의미가 될까요?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모든 것이 괜찮아서 괜찮다고 하는 것일까요?
'It's alright' 'It's okay' 'No problem' 이런 말들은 사실 좋은 말들인데, 주님이 보실 때에 괜찮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지금 문제가 아주 심각한데도 괜찮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 정말 큰 일이지 않겠습니까?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어리석은 부자' 이야기를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이 이야기를 하시게 된 배경은 무리 중 어떤 유대인이 예수님께 자신의 형에게 말씀하시어 자신과 형이 유산을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 때 예수님은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아니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어떤 부자의 이야기를 하신 것입니다.
그 부자는 하나님을 전혀 모르는 자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야기 속에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여기는 유대인들이 거의 등장합니다. 그 부자는 자신의 영혼에게 말합니다. "내 영혼아 여러 해 동안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눅 12:19). 부자가 스스로 난 괜찮다고 말한 것입니다. 정말 괜찮은 것일까요?
스스로 괜찮다고 여긴 그 부자가 당할 결말을 예수님은 가르쳐 주십니다.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 부자는 '난 괜찮아'라고 한 것뿐인데, 예수님은 그 부자를 향하여 '넌 전혀 괜찮지 않아'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보시고 괜찮다고 말씀하셔야지 내가 스스로 괜찮다고 여겨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래전에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히트작 '라이온 킹'이 있습니다. 거기에 나온 말중에 '마이뺀라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가 나옵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케냐를 중심으로 공통어로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서 '하쿠나 마타타'입니다. 그 뜻은 '문제없다'입니다. 영화를 한국 말로 더빙할 때에는 '하쿠나 마타타'를 '근심걱정 모두 떨쳐버려'로 번역하였습니다.
매우 긍정적이고 좋은 뜻 같은데, 라이온 킹에서 이 표현이 자주 쓰였던 것은 주인공 심바에게 그동안 살았던 곳의 남은 사명 따위는 다 잊어버리고 여기 좋은 곳에서 살면서 아무런 걱정근심하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전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며 더 이상 복잡한 일은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주변에 'everything is alright'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 정말 문제가 없을까요? 정말 괜찮은 것일까요? 가장 정확한 판단은 주님이 내리십니다.
혹시 주님이 보실 때 전혀 괜찮지 않고 영적으로 매우 심각한데, 현재 신앙인으로서 내가 '마이뺀라이'라고 한다면 다시한번 자신을 말씀으로 돌이켜 봄으로 정확하게 진단하였으면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달음질하기를 향방 없는 것같이 아니하고 싸우기를 허공을 치는 것같이 아니하며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고전 9: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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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