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감사 노트

곽덕근 목사 (은혜와평강교회 담임)
곽덕근 목사

(은혜와평강교회 담임)

세 자녀를 낳은 여인이 이 세상에서 무서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세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면 이미 원더우먼입니다. 게다가 남편에게도 ‘내가 세 아이나 낳아줬는데 뭘 더 바라냐’고 떵떵거립니다. 제 아내 이야기입니다.

2019년 가을, 막내 딸 수경이가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해방이다!” 아내는 수경이까지 대학에 갔으니 이제부터는 자기도 원하는 것을 하며 살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2020년, 우리 세대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외부 활동이 어려워졌고, 교회도 shut down이 되었습니다. 수경이는 집에서 ZOOM으로 수업을 듣게 되었고, 마침 큰 딸 하경이도 medical school을 졸업하고 레지던트로 일할 병원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팬데믹 와중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리 가정에는 코로나 팬데믹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불어 닥쳤습니다. 제 아내가 어깨에서 시작된 통증이 목과 손목을 거쳐 발목으로 내려가면서 급기야 밤낮으로 견딜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해 보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에 섬유근육통(fibromyalgia)이라는 병명이 나왔지만, 그 병은 원인도 모르고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병이었습니다.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통증 부위도 점점 더 퍼져나가 급기야는 내장 기관에서까지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숟가락도 들기 힘들었고, 자기 발로 화장실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은 견딜 수 없는 통증으로 소리 내어 우는 엄마를 수경이는 두 손목을 주물렀고, 하경이는 두 발목을 주물렀고, 저는 아내의 아파하는 가슴을 눌러주어야 했습니다. 그 순간 앞은 깜깜해졌고, 하늘은 노래졌고, 속에서는 방언 기도가 나왔습니다.

해산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이 계속되는 와중에 제 아내는 날마다 감사 거리를 찾아서 감사 노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의 일부 감사 거리입니다.

수경이랑 날마다 허그하며 "사랑해"라고 말 할 수 있음에 감사. 

근 열흘 만에 밤새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감사. 

마가복음 다 써서 감사. (그 아픈 팔로...)

통증에도 불구하고 기도하게 하심에 감사.

아직까지 위에 문제가 없어서 감사. (곧 독한 약물로 인해 위에 큰 문제가 생김) 

통증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감사. (곧 통증으로 걷기도 힘들게 됨)

하경이가 발톱 깎아 주어서 감사.

교회 옆에 사택이 있습니다. 이것도 감사 거리였습니다. 

교회가 가까워서 매일 기도하러 갈 수 있음에 감사.

아무리 아파도 예배는 한 번도 빠지지 않게 하시니 감사. 

아무리 아파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부부는 “그래도 감사합니다”하며 계속해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부부의 감사의 기도를 들으시고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게 하셨습니다. 아내의 통증은 점차 사라졌고, 마침내 아내는 건강을 회복하여 일상의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할렐루야!

이 일로 인해 생긴 감사 거리가 있습니다. 돌아보면 내가 1990년에 목사 안수를 받고 30년 이상을 목회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라”는 설교를 수없이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말씀에 순종함으로 치료의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신 것이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한 번은 어느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다가 주일예배 때 “아내의 감사 노트”를 소개하며 간증을 했습니다. 그 때 평생 처음으로 말씀을 증거하는 중에 수 차례 박수세례를 받았습니다. 나는 거기 모인 성도들과 함께 감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속으로 이렇게 감사했습니다. ‘귀한 감사의 간증 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revkwak@gmail.com

07.2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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