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한인교회
하나의 국가가 세워지기까지는 많은 시련과 피흘림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망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우리는 엇 그제 아프가니스탄이 무너지는 상황을 생생하게 보았다. 흥남 철수나, 월남 패망의 순간을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재현하는 것일까 싶다.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간 주둔했던 미군이 철수를 선포한지 단 몇 개월 만에 보인 참상이다. 20년간 그 많은 돈을 투입하였고, 자주국가로 설 수 있도록 30만 군대를 훈련시킨 결과치고는 허망했다. 이태리 신문 기사를 보니 독일, 영국, 불란서, 이태리 등에서도 군대 파병은 물론 많은 돈을 지원했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토록 쉽게 무너진 이유가 집권자들의 부패 때문이었다고 한다. 도와주는 돈은 공짜가 아니라 그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귀중한 것인데도 받는 입장에서는 마치 요술주머니에서 샘솟듯 나오는 것으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위기의 순간이 오자 대통령은 엄청난 돈을 가지고 탈출하였는데, 비행기에 실을 수 없어 일부는 공항에 남겨두었다니 할 말을 잃게 된다. 나만 살고 배부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의 전형을 보게 된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나라가 무너지는 순간까지 함께했어야 할 텐데 말이다. 나이가 70이 넘은 대통령이 얼마나 더 살려고 그런 비굴한 모습을 보였는지 놀랍다.
이런 패망의 상황을 TV로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우리 역시 미군이 6.25전쟁 후 지금까지 주둔하고 있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강국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어떻게 무장하고 있을 까 싶다.
며칠 전 간첩단이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들은 데모를 주도했고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월남이 패망한 이유도 내통하는 적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고,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다 해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신상태가 해이하게 되면 실전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역사적으로 자유를 지키려는 그리스 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을 때 페르샤 군은 줄행랑을 쳤고 결과적으로 마라톤 대평원에서 20만의 대군을 이끌던 다리우스는 그리스 군 1만에게 대패했다. 현대적 무기로 무장하고 군대의 수가 많다는 점이 전쟁에서 필연적인 승리의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공격하는 자는 똘똘 뭉쳐있는데, 지키려는 자는 애국심이 없다면 그 싸움은 벌써 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30만의 군대라고 했지만 허수였고, 싸울 의지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미국이 철수를 결행하자마자 짧은 시간에 국가가 전복되고 말았다.
북한은 전쟁을 일으킨 후 지금까지 대를 이어 적화통일에 대한 목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가공할 핵까지 가지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조국을 방어해야 할까? 아무리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려 해도 우리가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월이 가니 국민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더 나아가서 5년마다 선거를 통해 뽑는 새 지도자에 따라 놀라운 변화를 보이는 현실이다. 그것이 가장 위험스러운 문제다 싶다. 북한은 공산주의를 추구하며 유례없는 독재로 적화통일의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제도 하에 사상과 행동이 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은 여전히 우리정부를 향해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국정원을 없애라, 미군 물러가라고 소리 높여 외쳐댄다. 정치권이나 일부 시민들은 그런 외침에 익숙해졌고 이제는 조금씩 그 외침에 부합하는 자들도 일어나고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공산주의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것은 기독교인데, 그들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풍요와 자유가 가져다준 결과가 아닐까 싶다. 자유는 언제나 강력한 힘을 근거로 지켜지는 것인데 유약해져가는 징후가 보여 불안하다. 이런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유사시를 위해 이태리처럼 우리도 전술핵을 소유할 수 있다면....
chiesadiroma@daum.net
08.2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