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암 전문가로 유명한 이병욱 교수가 쓴 ’암을 손님처럼 대접하라‘는 책이 있다. 암환자들에게 좋은 마음자세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암을 불쑥 찾아온 손님처럼 대하면서, 그렇게 찾아온 손님을 내어 쫓지 않는 것처럼 이미 내 육체에 들어와 버린 암이라면 일단 인정하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함께 있으면서 암을 상대하는 나를 강하게 단련하면서 면역력을 키우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암은 전혀 반갑지 않은 흉하고 불길한 것이다. 어떻게 손님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회복해서 사는 길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생각해 볼만하지 않은가!
대재앙과 신앙의 장기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지 시간이 꽤 되었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확진되었고 죽어가고 있다. 이곳 세계 최강대국 미국만 해도 100만을 훨씬 넘었고 생명을 잃은 숫자만도 10만에 근접했다. 남미와 아프리카와 중동까지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비상사태 정도가 아니라 대 재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누구도 그 끝을 장담할 수 없는 한마디로 괴이한 염병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볼 것은, 과연 이러한 때를 지나면서 그저 끝날 때까지 하염없이 피하기만 하는 것이 능사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주변의 암환자들을 본다. 그들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빨리 인정하면서 어려움 중에도 최선의 생활을 만들어가는 것을 본다. 포기하고 두 손을 들어버릴 수밖에 없는 항암의 고통 중에도 생존법을 배우며 생존법을 체득해가는 것이다. 대부분 절망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을 보면 정말 절로 응원의 기도와 눈물이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도 비슷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름으로 모든 삶을 포기하듯 사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또 어떤 이들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장기전을 적절히 잘 준비해감으로 간증을 남기는 이들도 많이 있다.
삶속에서 어려움들이 길게 이어지면서 나름의 일상의 적응력을 갖추어간다면, 신앙에 있어서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언제든지 감염이 생활중심부 가까이 올 수 있음을 생각하며 최선의 주의를 하면서도, 신앙에 있어서는 더욱 긴장가운데 최상의 예배를 올려드리고자 좋은 지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본 교회가 시행하면서 좋은 간증을 남겼던 몇가지를 소개하면서, 아주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가정예배의 회복
코로나로 인해 교회 가정들에서 가장 유익했던 것을 찾아보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가정예배의 회복’을 말할 수 있다. 본인의 가정에도 두 아이가 대학교진학 후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주말에만 만나 예배하고 그것마저도 여의치 못했었는데,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많은 감사의 유익을 얻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문제가 없었으면 놓칠 수도 있었던 아이의 장래와 고민들을 들을 수 있었고 함께 해법을 찾게 된 것이다.
더불어 일정한 시간의 가정예배가 아이들에게는 가정에서의 지루할 수 있는 생활의 단편들을 영적으로 재무장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였고, 부모인 우리들에게도 장성한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들을 이해하면서 늘 어린아이 같았던 자녀들에게서 이제는 부모세대를 떠받치는 든든한 신앙의 동역자와 같은 마음의 느낌도 가지게 하였다. 이민생활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들 대부분이 고교시절까지 제한이 되었었는데, 금번에 매일 드리는 가정예배를 엄청난 유익을 가져왔다. 가정예배는 순종하여 드려본 가정만이 경험할 수 있는 엄청난 유익이 있는 축복의 통로이다.
2. 매일암송, 매일찬양
교회에서는 주 6일 동안 새벽예배를 성전과 가정에서 동시에 드린다. 새벽예배가 마치고 나면, 그날의 암송구절과 간단한 성경해석 그리고 그에 맞는 찬양을 선곡하여 전체 성도들이 있는 카톡방에 전달한다. 그러면 성도들은 종일 그 말씀을 암송하며 적용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그날 그 찬양이 나의 찬양, 나의 감동이 되도록 부를 수 있도록 한다.
암송말씀은 새벽과 같은 말씀이면 더 좋지만, 암송에 초점을 맞추어서 하는 것이기에 달라도 상관이 없다. 찬양은 어렵지 않으면서, 유튜브영상을 이용하면 주제별로 잘 찾을 수 있다. 카톡의 경우는, 너무 개인적인 댓글을 달지 않도록 미리 사역자들만 올릴 수 있는 공적 게시판임을 강조하면 중간에 나가버리는 기분 나쁨(?)을 예방할 수도 있다.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최상의 신행이 ‘말씀암송과 찬양’이다.
3. 시간을 정해 기도훈련
성전과 가정에서 새벽예배, 혹은 개인 경건시간을 가질 때 최소한 30분기도에 6가지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하게 한다. 자신의 영혼과 삶을 위해, 가정과 가문과 자녀를 위해, 교회와 성도들과 사역자와 현재 당면한 사역을 위해, 나라와 민족-한국과 북한과 미국을 위해, 후원 선교지와 개척교회를 위해, 코로나19의 회복을 위해서 총 6가지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한다. 특별히 세 가지를 더 기도하게 하는데, 일제35년 분단70년 105년 동안 한 번도 자유를 누려보지 못한 북한의 굶주림과 회복을 생각하며 기도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어려움을 이기는 일에, 2020년 모든 사역의 핑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가 되지 않도록 이런 혼란 중에도 최선의 사역이 진행되도록 기도하게 한다.
경건은 훈련이다. 기도는 특히 훈련이다. 그래서 순서를 따라 6개 제목을 5분씩 30분 동안 시간을 정해 기도하도록 훈련한다. 수요예배나 금요예배에 일정하게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가 강단 그 자리에서 통성으로 5분 간격으로 시간을 지정해주면서 30분 동안 기도하는 것을 함께 해보는 것이 훈련의 좋은 방법이다. 기도훈련이 되고나면, 하나님과의 깊어진 관계로 사람이 당당하고 담대해지는 것을 본다.
4. 교회사역 적극적 참여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변형된 사역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한다. 본 교회도 이모양 저모양 여름사역들이 많이 멈춰졌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지혜 주셔서 각 가정에서 ‘영상찬양대회’를 가정별 영상물로 제출하도록 하여 가정들마다 찬양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또한 66일 동안 하루에 한권씩 성경 66권을 4명의 목회자가 새벽마다 강론하는 ‘어른여름성경학교(A-VBS)’를 개설해서 진행 중이다. 또한 예전처럼 여름성회를 3-4일씩 할 수 없어서, ‘회복성회’라는 이름으로 매월 강사를 청해 외부 강사가 전하는 별식의 은혜를 맛보게 한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교육기관의 사역에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강권한다. 줌을 이용한 영상수업, 성경공부 및 기도방 개설, 장년성경공부방 개설, 선생님들이 시험 및 과제물들을 가정으로 택배하도록 하는 등 자녀들의 신앙교육에 적극참여하도록 한다.
6.25전쟁 중에 피난민 판자촌에서도 학교가 개설되었던 역사를 읽다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말씀에 생명 거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떤 환란 중에도 말씀교육은 진행이 되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교회가 시간은 흐르는데 그에 합당한 훈련이 따르지 않으면 반드시 쓴 열매가 자라게 될 것이다.
5. 언제나 보이는 교회로
성전예배와 온라인 실시간 예배에 한 가지 더 드리는 것이 파킹장 예배이다.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과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한 배려이다. 가정과 동일한 영상이지만, 몸을 성전으로 가지고 와서 눈으로 주의 성전을 바라보며 드리는 예배이다. 가정에서 드리는 영상예배와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목사가 별나다 싶을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젊은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주의 성전을 향한 사랑이 묻어있다. 어려운 시절에 기도하고 눈물뿌리며, 멀리서 교회 십자가만 보여도 마음이 울컥했던 분들의 신앙을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 혹은 교회에 대한 이성의 무지로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들이 땀 흘려 헌신하던 교회 구석구석이 사랑스럽고 그리운 것은 너무 당연하다. 실제로 순교의 시대는 피를 제단에 뿌렸다면, 이제는 교회와 복음을 위해 땀 흘리며 하나님나라를 세워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더불어 젊은 세대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이기에, 주중 낮 시간에 개인적으로 와서 기도하고 찬양하며, 운동도 하면서 어쩌든지 교회를 향해 가까이 나아오도록 한다.
6. 개인적 나눔과 섬김
구역장과 성경공부 조장에게는 당연히 요구되는 나눔과 섬김의 일을 모든 성도들에게도 강권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 가정에 재난구호금을 지원했다. 생각지 않았던 선물이기에, 하나님 앞에 먼저 십의 일을 드리고 다음으로 이웃을 위한 섬김에 십의 일을 드리도록 권했다. 기금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분들과 고환율로 인해 한국에서 송금이 어려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선 나눔을 가졌다. 더불어 성도들 모두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자신보다 더 힘든 이들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기도하며 이를 행하도록 했다.
이 일에 순종하여, 홀로 사시는 여든 연세의 어른이 주중에 떡을 만들어 주일에 들고 오셔서 나누는 것을 보았다. 사람 많은 곳에 가기 어려운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해 대신 장을 봐 드린다. 자신의 집에 키우는 야채를 잘 다듬어 나눈다. 1인 가족에게는 찬양영상축제에 참여하기 어려움을 알고는 집을 찾아가 녹화를 도우며 함께 찬양을 드린다. 이러한 섬김과 나눔을 통해 일상의 예배가 회복되기 전임에도 끈끈한 사랑으로 성도들은 따뜻한 지체의 사랑을 상호 느끼게 된다.
7. 예배를 긴장감으로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는 공적인 자리에서 서로 방역수칙을 지키며 설교자와 대면하여 예배드리게 되니 영적 긴장감을 가지기가 쉽다. 그러나 문제는 가정에서의 온라인 영상예배이다. 몇 배로 긴장하지 않으면, 예배를 실패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특별히 부모의 긴장을 필요로 한다. 교회에 가듯 똑같이 기상해서, 옷을 갖춰 입고 성경과 예물을 들고, 교회의 예식 순서에 주의하면서 잘 따라가야 한다. 혹여 가정이기에 편하고, 어려운 시기라는 핑계로 예배의 거룩함을 훼손하게 된다면 예배를 통해 주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마치 위기 앞에 부득이 함으로 예배를 해치워 버리고 하나님 앞에 버림받았던 사울왕을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자신과 자녀와 손자까지 절망적인 상황에 떨어지는 것을 보지 않는가.
가정에서의 영상예배는 편하게 생각하면 정말 큰일 난다. 몇 배로 긴장하며 드려야 한다. 그래서 특별히 ‘유무형의 교회, 교회 밖의 구원, 영상예배의 성경적 근거, 건물지상주의의 폐해 등등’의 수많은 생각들은 이 재앙이 지나가기까지는 그 논거들을 제발 잠시 멈추고, 성전예배가 회복되기까지 긴장감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든 주의 자녀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때에, 어떻게 하면 신앙의 일상성을 잘 회복할 수 있을까를 본 교회에서 행하는 일곱 가지 강조점을 가지고 생각해보았다. 지역과 환경 조건이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어찌하면 주님이 더 기뻐하실까?’ 그것만 생각하면 주께서 친히 처한 환경들에 맞게 좋은 아이디어를 주실 것이라 믿어진다. 다른 일도 아니고, 환란 중에도 더욱 하나님을 사랑하며 섬기고 싶어 하는 주의 피 값으로 산 몸 된 교회에 왜 지혜를 주시지 않겠는가? 주여 속히 지나가게 하옵소서!
davidnjeon@yahoo.com
05.30.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