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

김한맥 선교사 (문화동원연구소 대표)
김한맥 선교사

(문화동원연구소 대표)

12월 3일 22시 반경 대한민국을 펄쩍 뛰게 만드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155분 만에 수습이 되긴 했으나 그 여파는 끝을 모르게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해프닝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엄중하게 대통령을 떼어버린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지나가는 강아지를 부르듯 최소한의 존중도 담기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불리며 하야와 탄핵이라는 막가는 단어들이 봇물이 터지듯 외쳐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잘난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법을 전공한 대통령이다. 거기에 여소야대다. 어떻게 진행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190석이 넘는 야당연합이 계엄이라는 엄포에 지레 기가 죽어 벌벌 떨 것이라 여겼을까?

예상대로 야당은 기민했다. 차가 막히니 내려서 뜀박질을 했고 문이 막히니 담을 뛰어넘으며 국회로 모여들었다. 정족수가 채워지자 일사분란하게 계엄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고는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이 무효가 되었다며 박수를 쳤다. 잘난 국회의원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희희낙락하며 자화자찬의 박수를 쳤다.

여기에 의구심이 든다.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과 국무위원 혹은 그 보좌진들은 거대야당의 막강한 위력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고 어차피 못 먹을 감이니 이판사판하며 찔러본 것이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자충수에 싸대기를 맞아도 싼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며 내비친 정황들을 들으면 연민도 생긴다. 여소야대의 정국에 막혀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해 버린 비애로 야당에게 짓밟히고 있는 지렁이의 꿈틀댐이 계엄선포라는 무리수로 나타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는 그 비장한 당위성들 뒤에 대통령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숨겨둔 비장의 한 수가 준비되었기를 기대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피지기(知彼知己)도 모르는 바보와 멍청이들에게 국정을 맡긴 더 미련한 국민이라는 자조를 면키 어려운 까닭이다. 

고구려의 마지막 군주였던 보장왕은 막리지 연개소문과 그의 아들들에게 눌린 허수아비에 불과했으나 668년 나라가 망하고 당나라에 항복할 때는 그의 인장을 찍어야 했다. 왕이라 불린 26년 동안 단 한 번도 왕 다운 왕 노릇을 하지 못했음에도 그는 망국의 왕 즉 망왕(亡王)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식물대통령도 다르지 않을 터이다. 그러하기에 난국을 타개할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한 비책이 계엄이라는 자충수 다음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자신의 보스가 예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있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깡패처럼 좌충우돌 나대기는 해도 그는 자신의 한계 앞에서는 겸손해지기도 한다. 물론 겸손의 이면에 자가당착의 탈을 쓴 인본주의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지만 진지한 신앙고백마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이기에 그도 그의 집권(?) 2년 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 대통령다운 무엇인가가 있기를 기대하고 싶다. 대통령은 아무나 되지 못한다. 성경에는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롬 13:1,2)고 말씀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도 첫째 하나님께서 세워주시지 않으면 될 수가 없고 둘째 국민이 뽑아주지 않으면 되지 못한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유행가가 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 혹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의미지만 사랑은 아무나 한다. 너나없이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보다 높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민주주의라는 방패를 내세우기만 하면 자유도 되고 면책도 된다고 착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일지도 모른다. 모세가 이스라엘을 이끌고 출애굽을 할 때 앞에는 홍해가 가로막혀 있고 뒤에는 애굽 군대가 병거를 앞세운 채 그들을 잡아 다시 노예로 삼기 위해 짓쳐오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백성들마저 모세를 원망하며 돌을 던져 죽이고 했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에서 모세가 하나님께 기도하니 하나님께서는 그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홍해에 내어밀라고 하셨다. 

상식으로도 경험으로도 해결책이 될 수 없는 하찮은 지팡이로 홍해를 가리키자 하나님께서 일으키신 강한 동풍이 불어 바다가 갈라지며 통로가 나타났다. 생로가 열린 것이다. 트럼프의 보스가 하신 일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모든 국민들에게도 이런 모세의 지팡이가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순종하게 하는 기도다. 지금 바로 기도의 무릎을 꿇자.    

hanmackim@hanmail.net    

 

12.1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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