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원연구소 대표)
연세대 철학과 교수였던 김형석 명예교수는 100세가 되던 때 만약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면서 젊었을 때는 생각이 얕았고 행복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기에 인생의 절정기는 청년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희로애락을 소화할 수 있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이라며 돌아갈 수 있다면 60대쯤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또 누군가가 몇 살까지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고 싶다고 대답하겠다면서 나이가 드니 자신과 자신의 소유를 위해 살았던 것은 다 부질없으나 남을 위해 산 것만은 보람으로 남기 때문에 사랑이 있는 고생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고 했다. 따라서 가장 불행한 것은 사랑이 없는 고생이라며 나이가 너무 많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은 시작할 수 없다는 것도 그 중의 하나라고 했다.
오늘 문화동원연구소 6월 이사회를 역삼동에 있는 행복한교회에서 모였다. 이 교회의 최 목사는 날마다 하나님의 은혜로 산다고 간증한다. 어떤 목사라도 하나님의 은혜를 떠나서는 살 수 없기에 그게 무슨 간증이냐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최 목사는 특별했다. 고2 때 위(胃)부터 매우 중요한 장기들을 절제했기에 스스로를 속이 없는 사람이라 소개할 정도다. 그러면서 자기는 내일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언제든 누운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지금을 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역삼동으로 잠시 교회를 옮겨 예배를 드리고는 있지만 그 건물주인인 심 권사가 100억 대의 그 건물을 교회에 헌물하겠다는 것조차 극구 손사래를 치는 중이라고 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것을 방해받거나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임이 끝날 때쯤 잠시 참여한 심 권사는 여러 종교에 심취했던 지난날의 허울을 벗고 신 중의 신이신 하나님을 만난 것과 최 목사를 통해 진리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것을 감사하면서 참 성도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고백했다.
100억 대의 건물을 기꺼이 헌물하겠다는 심 권사나 그것을 받지 않겠다는 속이 없는 최 목사에게는 무엇이 중한 것일까? 세상 혹은 인생을 초월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진정으로 거듭나게 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 신앙이다. 더더욱 일시적인 감정이나 충동적인 결정도 아니었을 것이다. 심 권사는 행복한교회가 파주에 소재할 때부터 출석한 성도였기에 이 땅에 살면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이미 깨달았을 것이고 최 목사는 건강을 잃었었고 지금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는 다 부질없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과 변수는 아직도 여전하다. 인류의 대다수가 백신을 맞아 면역력이 생긴다 해도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그 어떤 영역도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어디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던 이전의 삶은 이미 과거가 되었고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역사가 되었다.
인공위성을 개발하여 달을 넘어 화성을 오가고 복제기술의 발전으로 똑 같은 동물이나 사람을 만들어낼 정도를 자랑하던 세상이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 의해 거의 회복불능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도전 혹은 반역의 참담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지도 인정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로고 또 오르면 못오르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는 시조가 있지만 사람이 혹 뫼는 오를 수도 있을지 모르나 절대로 하늘에는 오를 수가 없다.
인류의 물질문명과 첨단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창조주 하나님의 영역에는 절대 미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에까지 오르겠다며 미련한 바벨탑을 반복하여 쌓는 것이 죄 된 인간의 속성이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이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미련한 발버둥이 거듭될수록 이 세상의 미래는 불확실하며 두려움에 휩싸일 것이다. 하나님만이 이 세상의 주인이시라는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며 간과하는 까닭이다.
무엇이 중한가?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피조물인 인간을 바로 아는 것이다. 그리고서 하나님이 사람과 이 세상을 창조하신 뜻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에 반응하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김형석 교수의 경륜처럼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베풀며 섬기는 중요한 가치를 실행하는 일이다. 이 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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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