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바른 가르침과 인식

박동서 목사

지난 20여년 간은 국민소득이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잘 먹고(well-eating), 잘 사는(well-living) 건강한 삶(well-being)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불필요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그 효과가 과장된 건강식품들로 인한 폐해가 증가하고 있는가하면, 검소하고 적절한 식단을 외면하고 과식과 탐식으로 인한 소화기 계통의 암과 질병들이 놀랍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장암과 위암 발생율은 이미 서구사회를 능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아와 청소년 비만과 당뇨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육신적인 건강만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건강상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경에까지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자칭 그리스도인이라고 입원 시 밝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채플린이 중환자실이나 말기 암 같은 중증환자들을 일대일 방문 후 평가한 기록을 분석한 결과 천국이나 영생에 대한 확신이 없는 환자의 비율이 무려 60%가 넘었습니다. 당연히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관계로, 마지막 순간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의 생명 연장 치료를 가함으로써 육신적인 고통도 가중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의미 있게 보내지도 못하며, 결국 가족들 및 신앙이 없는 의료진들에게도 본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들을 지켜볼 때가 많습니다. 

반면에 죽음을 예견하고 의사에게 어떤 극단적인 생명 연장조치도 하지 못하도록 해서 의식을 유지할 정도의 적절한 진통제를 투여 받으며 남은 시간을 배우자와 자녀들과 어린 자손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가지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다가 이승을 하직해서 천국으로 떠나는 신실한 신앙인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채플린과의 만남을 원하며 병상에 혼자 찾아 온 채플린에게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던 상처와 후회스러운 모든 과거를 털어놓고 심지어 화해와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해주는 서신 등도 대필을 부탁하고 홀가분하게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자기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을 청빙해서 기도를 부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옆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환자 앞에서 치유의 기적을 베풀어달라는 기도를 드리는 모습들을 보고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정작 환자는 천국으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소생시켜서 육신의 생명을 연장해 달라는 기도를 드림으로 인해 두 번 고통을 안겨주는 안타까운 모습을 경험할 때도 종종 있곤 합니다. 

차라리 옆에서 조용히 성경을 읽어드리고 좋아하던 찬송을 불러드리며 심지어 좋아하는 시나 음악도 들려드리면서 마음의 평강을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믿음은 있다고 하나 구원의 확신이 없는 분들에게는 사영리 같은 복음의 핵심을 전해드려서 마지막으로 함께 기도하며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갖고 죽음의 두려움과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곤 합니다. 

병원 채플린으로 일하면서부터는 한 번도 복음을 누구에게도 강제로 또는 적극적으로 전해본 적도 없고 전할 수도 없지만, 선교사로 목회자로 지내면서 전도하고 예수 영접시키고 세례 준 경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심어주고 심지어 임종을 앞둔 무슬림이나 타종교인들의 요청으로 주님을 영접하고 구원받은 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로 평생을 헌신하겠다고 주님께 약속하고 지병으로 인해 소환되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항상 죄책감을 갖고 살던 필자에게 주님은 세계 각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서 살다가 병이 들어 병원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새로운 선교의 일을 감당하도록 은혜를 주신 것 같습니다. 

tdspark@gmail.com

 

02.0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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