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끊임없이 실려 들어오는 교통사고 응급 중환자들로 인해 병원에서 내일 아침까지 긴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음주나 대마초 같은 마약을 하고 운전하다가 중상을 입은 경우입니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많고 가족들이 겪는 충격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만 벌써 두 명의 환자가 세상과 하직을 했습니다. 스포츠 게임에서 좋아하는 팀이 졌다고 기분 나빠서 과음한 채 운전하다 목숨을 잃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 같은 술집에서 싸우다 욕설을 하고 먼저 차를 타고 달아난 사람을 난폭하게 추격하다 차량이 전복되고 두 사람 모두 다 중태인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정치적이든 인종적이든 종교적 이유에서든 환자 개인을 만나보면 온순하고 사회규범에 잘 적응하며 순탄하게 살던 사람들이 사상과 종교, 지지하는 정치지도자나 소속 정당, 졸업한 학교에 대한 동문집단이나 SNS 상에서 조성된 집단의 일원이 되면 그 단체의 울타리 뒤에 숨어서 거의 폭력적이고 호전적인 언어를 사용하다가 급기야는 물리적인 폭력도 마다않는 분노조절 장애자가 되고 맙니다. 특히 젊은 20/30세대에서 이런 분노조절 장애증상이 급증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정신질환자들의 분출구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집단총기난사 사건으로 나타나고 있고,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진보와 보수 프레임으로 씌워져서 길거리 시위의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수사와 고질적 검찰권력 남용에 대한 검찰개혁의 필요를 놓고 온 나라가 양분된 것 같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 짧은 시간 안에 이토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의 뿌리는 사회의 고질적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기회박탈, 상대적 상실감과 절망감이 가져온 소위 흙수저 서민층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배신감이 증폭되었고 특히 젊은 층에서는 행복추구의 기본적 인권마저 체계적으로 빼앗겼다는 분노의 감정이 마치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회병리학적 현상은 개인의 정신병적 현상으로 볼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지만, 집단 속에서 확산될 때는 마치 극도로 위험한 전염병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것과 같은 양상을 띠게 됨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은 이미 위험수위가 넘어간 듯해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심히 우려가 됩니다. 페이스북에도 목회자들과 크리스천들이 극명하게 나뉘어져서 분노와 증오심으로 언쟁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한국과 한국의 교회들을 위해 더 많이 기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분열의 영이 떠나가고 사랑과 화평의 영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peacebreaker(평화파괴자)가 아닌 peacemaker(평화조성자)로 모범을 보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을 살게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면서 세월을 허송세월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새겨봅니다. Code Blue(사망위험환자) 방송.. 또 한 분이 세상을 하직할 것 같습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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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