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멀리서 보고 바깥에서 볼 때 더 잘 보일 때가 있습니다. 태어나서 자란 조국을 떠나 산지가 어언 40여년이 되어가지만, 고향 땅과 민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나이가 들면서 더하면 더했지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어느 날 그러더군요. "여보 우리는 미국에 오래 살면서 살림살이가 미국제품이 하나도 없네" 그러고 보니, 삼성 TV와 삼성 세탁기/건조기에 삼성 갤럭시 모빌폰, LG 냉장고와 청소기, 현대 자동차 소나타와 투손... 무슨 애국자도 아닌데 다들 토요타 렉서스나 인피니티 탈 때도 한국 차만 고집해서인지 자녀들도 전부 한국 차만 타는데 그렇다고 현대에서 표창은커녕 감사카드 한 장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고 잘 팔린다는 뉴스를 접하면 괜히 으쓱해지고 기분 좋은 걸 미주 동포들은 아마 다 경험하고 있을 겁니다.
마지막 때가 정말 가까워서 인지 미국 한국 할 것 없이 온 세계가 무한경쟁, 극한대립, 약육강식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미국은 핍박당한 영국의 청교도들이 나라를 세우며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기독교적 신앙과 민주주의 사상과 철학 위에 건국한 나라로 전 세계에 그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나라였지만, 이제는 미국 기독교인의 근간을 이루는 다수의 복음주의 교회들과 기독교인들마저 극단적이고 편협한 이기주의와 민족주의에 빠져서 최초의 건국이념이 그 색을 바래가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나마 진보적 개혁주의 교회와 교단들이 보수적 신학과 신앙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 채 강단을 지키고 말씀의 바른 해석과 적용을 위해 외로운 싸움을 싸우고 있습니다. 다양성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는 선교적 당위성 뿐 아니라 성경적인 가치관에서도 존중되고 포용되어야 함에도 배척되고 부인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바리새파 유대인들만의 교회가 되어 이방인들을 배척하고, 선교적 사명보다는 민족적 단결과 번영만을 지향한다면 이것은 구약의 율법시대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전 세계 기독교 사회의 귀감이 되어온 한국의 교회 성장이 명성교회나 사랑의교회로 인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사이에, 나라와 민족을 끌어안고 눈물로 기도하던 모습은 사라진 채, 목자 없는 양처럼 방황하고 피 흘리는 성도들과 아예 교회를 욕하며 세상으로 떠나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낍니다. 뜻 있고 실력도 있지만 교회와 교단의 정치적 지배구조에서 소외되고 등을 돌린 돈 없고 빽 없는 그야말로 하나님 한 분밖에 의지할 곳 없는 젊은 목회자들은 그 울분과 고통을 나누고 위로받을 곳이 없어서 거의 활화산과 같이 그나마 SNS를 통해 토해내듯 외치는 광야의 선지자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개척한 교회의 생존을 위해 목회와 재정 이중고의 힘든 싸움을 매일같이 하면서 고통을 온 몸으로 겪어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교한 일본 극우 정치지도자의 악한 보복성 공격까지 받아서 온 국민이 불안과 극도의 분노 속에서 마치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상처투성이인 백성들 성도들과 그 아픔을 함께하며 그 고통을 위로하고, 그들이 믿음으로 인내하며 말씀 속에서 소망을 찾고 기도로 주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주의 종들과 믿음의 지도자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게 저의 요즘 기도 제목입니다. 민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정의의 사이다 같은 일갈보다는 그들의 마음에 다시 그리스도의 평강과 용서와 사랑을 찾아주며 하나님의 눈과 마음으로 인도해줄 수 있는 목자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기원을 합니다. 조국의 교회들과 대한민국의 신실한 성도들과 주의 거룩한 종들을 위해 그 땅에서 고통 받고 있는 백성들을 위해 하나님의 온전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이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07.27.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