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는 든든하십니까?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올겨울의 첫눈과 함께 2월은 가고 꽃망울이 터지는 3월이 되었다. 3월은 삼일절로 시작되었다. 3월이면 삼일절과 함께 또 무슨 생각이 나시는가. 나는 매년 3월이면 허리 생각이 난다. 뜬금없이 허리라니. 어느 해 3월에 무슨 일이 허리에 있었던 것인가. 아니다. 3월이면 누구에게나 묻고 싶은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허리는 사람의 중심부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허리를 삐끗하면 온몸 전체가 영향을 받아 함께 힘들어한다. 가끔 허리 수술을 받는 사람을 본다. 수술을 통해 다시 활기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수술이 잘못되어 더 큰 어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수술은 아니더라도 허리를 고질적으로 아파하거나 허리에 힘을 못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3월이면 묻는다. ‘허리는 든든하십니까?’ 3월에 굳이 허리가 든든하시냐고 묻는 것은 3월은 대부분 사순절 기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해가 든든히 서가기도 하고 흔들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순절은 한 해의 영적 허리와 같은 시간이다. 

 

허리와 같은 사순절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은, 곧 허리를 다시 든든히 하는 길은 사순절에 기도하는 것이다. 사순절의 기도가 다른 때와 다른 것은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며 기도하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기도하기에 무엇을 달라기보다 현재의 모든 상황을 자족하게 되고 더 나아가 무엇을 드릴까를 더욱 생각하게 된다. 기도 가운데 나를 섭섭하게 했던 누구에 대한 미움보다,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들을 위해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셨던 주님의 마음을 품고 기도함으로 내 자신도 따뜻해지고 다른 이를 보는 관점도 한층 온유해진다. 욕심과 근심과 교만과 절망과 비방과 불안과 어둠과 거짓과 팀욕과 비교와 비겁과 고독이라는 온갖 죄를 십자가 아래 묻는 사순절 기도의 유익은 한둘이 아니다. 

 

애즈베리 대학에서 시작된 부흥이 3월에도 계속 되고 있다. 암울한 현실 가운데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은 복된 소식이다. 이번 부흥의 특징은 다른 부흥과 달리 charismatic 한 요소가 엿보이지는 않는다. 방언이나 예언이나 축사(逐邪) 같이 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깊이 기도하고 죄를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성품이 새롭게 빚어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에서 일어난 이 부흥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하나님만이 아시겠으나 분명한 것은 이 시대의 영적인 허리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죽기 전에 찍어야 푸른 것이고 백합화는 시들기 전에 떨어져야 향기롭습니다. 이 몸이 시들기 전에 주님의 제단에 드려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주님을 위하여 받는 고난을 내가 피하였다가 이다음 내 무슨 낯으로 주님을 대하오리이까? 이제 당하는 수욕을 내가 피하였다가 이다음 주님이 너는 내 이름과 평안과 즐거움을 받아 누리고 고난의 잔을 어찌하고 왔느냐고 물으시면, 나는 무슨 말로 답하리이까?” 사순절 기도의 방향을 잡아 줄 주기철 목사님의 옥중 글이다. 우리도 언젠가 이 땅을 떠나 주님과 대면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날에 주님께 드릴 말씀을 생각하고 묵상하면서 사순절을 걷고 기도한다면 영적 허리의 모양새와 견고함도 한결 달라질 것이다.

03.0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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