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물결 앞에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본 신문이 ‘미주크리스천신문’이다 보니 많은 독자들이 미국 이민자들이시다. 이민자들이라면 이미 큰 변화를 체험한 사람들이다. 살아가는 나라가 바뀌고 이웃이 달라지고 언어가 새로워진 곳이 이민 땅이다. 영원히 고유(固有)할 줄 알았던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여러 변화를 즐기며 지내 온 이민자도 있고 이런 변화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 분들도 있으시리라. 그렇다. 변화는 기대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변화를 아예 거절하거나 그대로의 상황에 안주(安住)를 선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세상은 수없이 변한다. 나쁜 의미의 변질도 있고 좋은 의미의 변화도 있다.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면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물론 변화의 수용이란 변화의 물결 앞에 무비판적인 태도를 갖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밖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물결 앞에 나의 선택이라는 역할은 매우 크다.

 

최근에 놀라운 변화를 몰고 온 것들이 있다. 정말 보고 깜짝 놀란 것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방영되었던 드라마 ‘전원일기’의 출연진 가운데 이미 고인이 된 박윤배씨가 TV에 출연해 그동안 자기와 함께 연기했던 사람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디지털 휴먼 기술로 고(故) 박윤배씨의 모습과 목소리를 재생시켜 스튜디오에 모여 있던 사람들과 대화하는 장면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대화의 내용과 고인(故人)의 감정표현은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만약에 현대그룹의 고(故) 정주영 회장이 출연하여 이곳의 사람들과 대화한다면 그의 명언(名言) 중의 명언으로 손꼽히는 ‘이봐, 해봤어’라고 말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을 다그치지 않았을까. 더 나아가 ‘이봐, 해봤어’라는 말은 변화의 세상에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언임이 틀림없다.

 

모든 현대인조차 놀라게 하는 또 다른 변화는 인공지능 대화의 기능을 가진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이다. 지난달 말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부서 업무보고 자리에서 '챗GPT를 공무원들이 잘 활용하면 좋겠다'라고 언급하면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도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과 툴(Tool)에 대해 익히고 공부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자신도 2023년 신년사를 챗GPT에 써보라고 했더니 몇 자만 수정하면 그대로 대통령 신년사로 나가도 될 정도로 잘 작성되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챗GPT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 준다. 학교 숙제 심지어 박사학위 논문까지 써줄 챗GPT는 교육현장을 매섭게 유린(蹂躪)할 것 같다. 챗GPT는 교육뿐 아니라 모든 사회 영역 그리고 영적인 일들까지 ‘내게 맡기라’며 나설 참이다. 챗GPT에 요한복음 3장 16절을 본문으로 설교문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쉽게 설교문을 만들어 주리라. 이런 변화의 물결을 공의로운 선택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모든 변화는 마침내 비윤리(非倫理)적 면모만을 보일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만 바라보지 말자. 변화하는 세상만 핑계하지 말자. 변화 앞에 당당한 나의 선택이 그 변화를 멋지게도 만들고 추하게도 만들 것이다. 단언컨대 세상의 변화보다 더 힘이 있는 것이 나의 선택임이 분명하다.

 

02.2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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