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선언서는 어디로?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믿기지 않았다. 열흘 전 그 일이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난 6월 24일 플로리다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 타운의 12층 콘도형 아파트 한쪽이 완전히 붕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은 지 40년밖에 안 된 아파트가 처참하게 허물어지고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마음이 아프다. 도대체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나. 사실 날벼락은 아니다. 이미 그 아파트의 안전 상태는 지적을 받았었고 이에 따른 신속한 보수(補修) 작업은 없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은 지 10년이 지나면서부터 연간 2mm의 침식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고 건물에서 삐꺽거리는 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1:29:300 법칙'이 있다. 하인리히 법칙을 그렇게 부른다. 보험회사 관리감독관으로 수많은 사고통계를 접했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분석을 통해 통계적 법칙을 발견하였다. 산업재해로 중상자가 1명 나오기까지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 당 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다는 것이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징후는 1:29:300의 비율로 이루어진다는 법칙으로 큰 사고 앞에는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된다고 한다. 이 법칙은 산업재해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확대 적용되기도 한다. 이번 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사건은 하인리히 법칙을 비켜가기 힘들다. 보다 근본적인 지적이 있다. 서프사이드 타운 일대는 모래와 진흙으로 구성된 사주(砂洲) 섬이기에 건물을 올리기엔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곳이었다는 지질학자들의 지적이다.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에서 말씀처럼 “모래 위의 집이냐, 반석 위의 집이냐?” 라는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미국에는 지금 여러 경고음(警告音)이 있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라고 낙관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하다. 무엇보다 기준이 상실된 사회 같다. 필자가 사는 뉴욕에는 백 년이 넘은 아파트가 즐비한데 지금도 여전히 견고하다. 그런데 플로리다의 아파트가 허물어진 그 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젠더인정법'에 서명했다. 지난 6월 24일부터 180일 지나면 뉴욕주에서 운전면허증과 출생증명에 성별을 '남' 또는 '여'가 아닌 'X'로도 표시할 수 있게 됐다. 모호한 성(性)의 표현을 허용하는 것이 정당한 정책인가. 과연 아무리 건물은 건실해도 정책은 부실하다면 향후 어떻게 되겠는가. 도대체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내일(7월4일)은 미국독립선언 245주년 기념일이다. 이날을 전후로 다양한 행사와 화려한 축제가 펼쳐진다. 그러나 그 다양함과 화려함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245년 전 그날에 미국이 선언했던 것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미국 독립선언서 2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으며....” 미국 독립선언서는 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기인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작금(昨今)의 여러 정책은 하나님의 창조원리가 아니라 사람 마음대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훗날의 세대에서 독립선언서는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이 터져 나오기 전에 말이다. 

 

07.0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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