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이길 겨울은 없다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이번 겨울, 만만치 않다. 뉴욕을 비롯하여 동부에는 여러 차례 눈이 왔고 뜬금없이 텍사스와 남부에서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봄이 오고 있다. 들어보시지 않으셨나. 봄을 이길 겨울은 없다는 말을. 이상화 시인은 물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는 걱정했다.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시인이여, 걱정 마시라. 어떤 들에도 봄은 온다오. 우중충한 겨울에 웅크리고 있던 모습은 이제 떠나보내자. 겨울은 지나간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에는안렌델 왕국의 엘사와 안나라는 두 공주가 나온다. 언니 공주 엘사는 눈과 얼음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가 만드는 눈과 얼음은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엘사는 안렌델 왕국을 겨울왕국을 만들어 모두에게 고통만 준다. 그러나 겨울은 엘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셨다(시 74:17).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에는 예외 없이 목적이 있고 의미가 있다. 그러기에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도 의미도 있는 것이 하나님이 만드신 겨울이다. 그 목적이 무엇일까? 하나님이 만드신 겨울은 고통 가운데 자신의 내면을 성숙시킨다. 의존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봄을 준비케 한다. 

김석균 찬양 사역자는 이렇게 외친다. 모두 지나가리라/ 눈보라 치는 겨울도 지나가리라/ 어둠의 긴 터널도 지나가리라/ 절망의 힘든 세월도 지나가리라/ 바람처럼 지나가리라/ 내 앞의 모든 상황도 지나가리라/ 지금의 모든 고통도 지나가리라/ 견디기 힘든 시련도 지나가리라. 그렇다. 다 지나간다. 봄이 온다. 봄에는 모든 곳에 생명이 약동한다. 이런 봄을 겨울이 이길 수 없다. 봄은 더 이상 앉아있는 계절이 아니다. 봄이 오면 일어나야 한다.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의 이야기가 봄의 삶이 어떠해야할지 일깨워 준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봄을 맞는 우리는 일어나야 한다. 봄을 가지고 오신 주님은 사랑도 가지고 오셨다. 따듯한 사랑을 가득 싣고 찾아온 봄이 춥다고 앉아있는 자를 일으킨다.

사순절을 영어로 lent라고 한다. 물론 부활절 전 40일,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를 묵상하는 절기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글을 보았다. Lent의 어원이 고대앵글로색슨어 lang에서 왔다고 한다. Lang은 “봄”을 뜻하며 “길어지다(lengthen)”의 의미도 갖고 있다는 글을 본 것이다. 그리고 보니 사순절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시작된다. 2021년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봄이 올 것이 아니라 봄이 이미 온 것이다. 웅크린 자세로 봄을 살 수 없다. 이 사순절을 계속 겨울로 살 것인가, 새로운 봄으로 살 것인가를 결단해야 한다. 당당히 일어서자. 겨울보다 못한 봄을 살수는 없다.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 날 위해 모든 것을 쏟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접어두고 사순절이야기를 할 수 없다. 십자가의 그 사랑이 우리를 일으킨다. 십자가 다음에 부활이 아니던가. 낙심과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나자. 포기와 두려움의 자리에서 일어서자. 봄을 이길 겨울은 없으니 이미 봄에 머물면서도 어이없이 겨울에 지지 말고 살자. 그리고 이 봄에 더 길어지고 더 깊어지도록 하자. 사순절이 되니 낮이 조금씩 더 길어지지 않던가. 주님께의 기도가 더 길어지는 주님과의 교제가 더 깊어지는 사순절 봄을 살자. 봄을 이길 겨울은 없다

02.2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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