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눈에 보이던 것이 곧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민족을 위한 성전을 짓고 있는데 그 기초공사가 대단한 것을 보고 있다. 물론 팬더믹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초공사 시간이 꽤 걸렸다. 앞으로는 볼 수 없을 기초공사 위에 이제 곧 선명히 보일 성전이 올라갈 것이다. 1931년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건축가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이 건물을 짓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입니까? 건축가의 대답은 간결했다. “기초공사였습니다.” 전체 건축 중에 가장 힘들었다는 그 견고한 기초 위에 102층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지금도 늠름히 서있다. 오래 전 한국에서 성수대교가 무너져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의 조사반에 의하면 성수대교의 다리 기둥이 물위에 둥둥 떠다닌 것도 있었다고 한다. 건물 아래 있는 기초공사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성령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3:8).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의 존재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지난여름 한 동안 고생했다. 집에 전기불이 며칠 동안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차를 몰고 도로를 다니기도 어려웠다. 큰 나무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에 강풍이 불어와 일어난 일들이었다. 바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바람이 없다고 하는 자들은 아무도 없으리라. 성령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도 같다. 그러나 그 가시(可視)적인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령님이 우리를 거듭나게 해주고 한없는 평강과 놀라운 능력을 주신다. 냉랭한 자들을 뜨겁게 해주고 두려워하는 자를 담대하게 만들어 주신다. 다양한 은사를 주시고 풍성한 열매도 맺게 하신다. 뭔가 내 삶에 삐그덕 소리가 나고 황량(荒凉)함이 있다면 필시(必是) 성령님의 부재 때문이리라. 

영원한 아버지 집도 지금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있다. 예수님이 아버지 집의 실체를 여러 번 말씀하셨고 지금 거기에 계시다.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는 어떠한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보이는 하늘 너머에 보이지 않는 하늘도 있다. 렌트비 걱정, 리모델링 필요가 영원히 없을 아버지 집이 있다. 한국에서 아파트 붐이 일어날 때, 실제 아파트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을 기대하게 하는 모델하우스는 있었다. 복부인(福婦人)은 아니었지만 나도 그 안이 궁금했다. 두어 번 정도 들어가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20여 평에서 40여 평 정도였을 텐데 너무 좋았고 언젠간 꼭 그런 집에서 살고 싶었다. 지금 이 땅에 나를 비롯하여 전혀 변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변하게 되어 살아가는 천국의 모델하우스(?) 같은 교회를 보면 확실히 영원한 아버지 집이 있음을 알게 되고 머잖아 그 집에서 영원히 살 기대를 갖게 된다. 

어리석은 인생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이 존재의 전부인 줄 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존재를 부인하며 살아가는 것만큼 가련한 일이 없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가련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밝히 보고 살자.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 외친 바울처럼.

10.1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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