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열려라 참치”하면 열리지 않는다. 물론 “열려라 참새” 해도 소용이 없다. 반드시 “열려라 참깨”라고 해야 동굴 앞의 문은 활짝 열린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보물이 가득한 동굴 앞에서 “열려라 참깨”하면 그 문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 일뿐이다. 은행 창구 앞이나 재벌회사 정문에서 계속 “열려라 참깨”라고 외쳐보시라.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 나던가 체포 되던가 할 것이다. 낙심하지 마시라. 현실성이 전혀 없는 “열려라 참깨”보다 실제적이며 진짜 놀라운 보물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질문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하면 그 사람에게 잠겨 있던 보물 같은 지식이 쏟아져 나온다.
무엇보다도 예수님께 질문을 해보라. 제자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 내심 자기들을 크다 하지 않으실까 라고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엄청난 답변을 듣게 되었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율법사도 예수님께 물었다. “어느 계명이 크니이까?” 예수님의 대답을 통해 그 질문자 자신과 오늘의 우리까지 놀라운 진리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첫째 되는 계명이요…” 예수님의 계속 이어지는 답변을 어찌 이 땅의 보화에 비교하겠는가. 바울의 이 질문은 역사를 바꾼 질문이었다. “주님 무엇을 하리이까?”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제자들도 그의 스승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인생의 승리자입니까?”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대답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다.” 그러자 한 제자가 다시 “자기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타고르는 그의 제자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이 질문을 매일 던져라. 그러면 자기를 이기는 인생이 된다. 첫째, 오늘 어떻게 지냈는가? 둘째, 오늘 어디에 갔었는가? 셋째,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 넷째, 오늘 무엇을 하였는가? 다섯째, 오늘 무엇을 잊어버렸는가?”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반듯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누군가와 약속하고 찾아갈 번거로움도 없는데다 너무 지혜롭고 유익한 삶의 방식이다. 윤동주 시인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가을인데 나도 이런 질문들을 나에게 하고 싶다.
지난 주간에 “선교적교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다. 나도 그랬지만 다른 참석자들도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었으리라. 다름 아닌 “선교적교회란 무엇인가?”이다. 한국에서 오신 목회자와 신학생, 미국한인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모인 모임에서 선교적교회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가졌으리라. 답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나도 그렇다. 모든 강의와 논의에 다 동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질문이 가져다준 유익은 크다. 무엇이든 질문하는 삶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삐딱한 질문도 적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급우가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깐깐하신 성격의 선생님이 칠판에 그 질문의 답을 써 가시며 정성을 다해 설명하시는데 정작 그 질문한 친구가 졸고 있었다. 그 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하고 싶지 않다. 순수한 질문에는 그 자체에 겸손이 묻혀있다. 겸손하게 질문을 자신에게나 그 어떤 사람에게 던져보자. 그리고 그 답을 경청해보자. 풍성한 수확의 가을이 될 것이다.
10/12/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