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관현악은 수많은 악기로 이루어져 멋지게 연주한다. 연주할 때 악기마다 각기 자기 소리를 알아서 내는가? 그렇지 않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삑삑 소리를 내면서 튜닝을 한다. 튜닝을 하고나서야 아름다운 선율, 웅장한 화음을 이루는 연주가 시작된다. 튜닝을 할 때 통상(通常) 기준이 되는 악기는 오보에(oboe)이다. 고등학교 때 어느 학우(學友)가 오보에를 연주하였다. 독특한 그 음에 마음도 귀도 매료(魅了)된 바가 있다. 오보에의 음은 주변에 휩쓸리지 않는다. 관현악에서의 자리도 정중앙(正中央)이다. 악기 하나하나의 깊이와 울림을 잘 모르는 문외한(門外漢)이 오보에만을 예찬(禮讚)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소중히 여기는 “기본”을 “튜닝”이란 용어로 다시 생각하고자 함이다. 더 나아가 튜닝이 이룰 궁극적인 하모니를 묵상하고자 함이다.
정본청원(正本淸源)이란 말이 있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으로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미이다. 근본이 바르지 않고 근원이 맑지 않는 사람이나 사업은 반드시 참담한 결과를 빚는다. 하루의 기본은 아침이다. 아침에 바르게 튜닝을 하지 않고는 불협(不協)의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아침에는 일단 잊어야 한다. 어제도 잊어야 하고 지난날도 잊어야 한다. 찬란함도 잊어야 하고 누추함도 잊어야 한다. 아침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 중의 선물이 아니던가. 다시 새로 시작해 보라고 주신 은총의 시간이 아니던가. 아침에 왜 지난날을 회고(回顧)하며 회한(悔恨)에 빠지는가.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3:22-23). 그렇다. 아침마다 우리는 하나님의 새로운 인자와 긍휼을 맛본다. 아침을 속절없이 보내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무례(無禮)이고 하루에 대한 결례(缺禮)이다. 아침을 튜닝하자. 무슨 음(音)이 가장 적절할까? 우문(愚問)이다. 하루의 기준이, 일생의 기준이, 나아가 영원의 기준이 말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흔들리는 세상소리로 하루를 출발한다면 흔들리는 터전 위에 집을 세우는 것과 같으리라. 하늘소리, 말씀으로 아침을 튜닝하자. 어느 아침은 정직하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어떤 아침은 인내하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또 다른 아침은 내가 도울 테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항상 있겠다고 하신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을 강조하는 아침은 왜 없겠는가. 모든 아침의 말씀은 예외 없이 그 날도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연주하라고 요청한다. 18세기의 위대한 작곡가요 오르가니스티인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는 그가 작곡한 악보 맨 위에는 J.J라고 썼고 끝에는 SDG를 적어 놓았다. J.J는 Jesu Juva "예수님 나를 도우소서“의 약자(略字)이며 SDG는 Soli Deo Gloria의 약어(略語)이다. 예수님이 그 출발의 근간(根幹)이었고 하나님의 영광이 그의 곡(曲)과 연주의 유일한 목표였다.
초월의 나라는 영광의 나라이다. 초월의 나라가 방문한 임재의 세상도 영광의 세상이다. 초월과 임재는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 차 있다. 내 삶에 튜닝 없이 온 세상 가득한 하나님의 영광에 조화를 이루기는 난망(難望)하다. 아침이 튜닝의 아침이 될 때, 아침을 진정한 하나님의 선물로 깨닫는 것이다.
04.27.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