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목사 나성서부교회 / (310)749-0577 E-Mail: lakwpc0316@gmail.com
Q: 저는 교회에서 안수집사라는 중책을 맡은 사람인데 사업상이나 개인적으로 집에서 남몰래 술을 가끔씩 마시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담배도 과거부터 피우며 잘 끊어지지 않아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으로 눌리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성경은 술 취하지 말라고 했으나 술 자체를 엄격히 금한 구절이 없는데 술 담배를 한다고 경건치 못한 것인지요? -팔로스 버디스김 집사
A: 이것은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입니다. 칼빈은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세 가지 나누어 설명한바 있습니다. 첫째는 율법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 둘째,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이 자원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려는 자유, 셋째 아디아포라(adiaphora)에 관한 자유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에 속한 것입니다. “아디아포라”라는 말은 비본질적인 것 또는 중립적인 것이라는 헬라어에서 온 말로 흔히 선과 악에 속하지 않은 제 3의 것이나 영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말은 고대 스토아학파에서 만든 말로스토아 철학자들은 선과 악에 속하지 않는 중립적인 것이 있음을 주장하였습니다. 기독교인은 성경말씀을 규범으로 삼아서 소위 말씀중심의 신앙생활을 살아가고자 애쓰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생활과 관련하여 성경이 직접적으로 금하거나 허용하지 않은 것들과 부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담배와 카드놀이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8장과 로마서 14장에서는 고기를 먹는 것과 관련하여 양심이 강한 자와 양심이 약한 자에 대하여 가르치고 있는 것은 바울이 비록 우상의 제물에 바쳐졌다가 시중에 나온 고기를 먹는 것이 하나님이 금하신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만약 그런 고기를 먹음으로 믿음이 약한 다른 사람이 실족하게 한다면 삼가는 것이 좋다고 가르칩니다. 바울은 모든 것이 가하나(다르게 말하면 금지된 것이 아니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라고 말하였다(고전10:23, 6;12). 이웃의 유익을 고려하여 나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유행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의 자유 안에 허용된 것이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덕이 되지 못한다면 그리스도인은 그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가르칩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
술과 담배의 문제는 한국교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거론되어온 문제입니다. 기호품으로 술과 담배를 즐기는 것에 관한 문제는 진리의 문제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이것은 한국교회라는 특수한 공동체 속에서 형제의 유익과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술과 담배를 금지한 것은 한국교회의 오랜 전통으로 자리잡아왔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이 신자로서의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교회의 전통과 현실에서 그리스도인 특히 교회의 중직인 안수집사가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은 덕스러운 행동이 아닌 것이 사실이고 이 행동은 믿음이 약한 사람들을 실족시킬 수 있는 일입니다.
술과 담배의 문제가 신앙의 핵심문제는 아니라는 말은 옳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직분을 받은 자는 교회공동체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자신의 기호와 즐거움을 행사할 수 있는 자유를 유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주와 금연은 한국교회가 가꾸고 존중해온 좋은 전통이므로 이것을 훼손하는 일은 교회에 큰 진통을 야기시킵니다. 교회공동체와 형제의 유익을 위해 이에 관한 자유를 유보하고 절제할 필요가 있고 교회의 중책을 맡은 자는 더욱 그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