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만분의 일의 확률

변명혜 교수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일년 전에 딸아이가 귀도 안 뚫은 나에게 작은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그 참에 귀를 뚫을까 하다가 차일피일 미루던 어느 날, 목걸이만 하고 학교를 갔다. 그런데 화장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목에 걸려 있어야 할 목걸이가 안 보였다. 내가 머물던 장소의 바닥을 둘러봐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급하게 집을 나오느라 제대로 잠금장치를 채우지 않아서 집에 떨어졌나 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퇴근 후 집에 와서 이 곳 저 곳을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싶어서 학교 직원에게 연락했더니 금세 연락이 왔다. 회의실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주워 놓았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50살 생일 기념으로 아이들이 사주었던 목걸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세 아이들이 다 공부하던 때여서 여유도 없었는데 마음을 모아서 준 선물을 한의원에서 치료받느라고 풀었다가 잃어버렸다. 그런데 딸이 사준 것을 또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는데 직원이 찾아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그 이후로는 그 목걸이를 가끔씩 할 때 마다 고리가 잘 잠기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목걸이 잠금장치가 느슨한 것 같이 생각이 되어서 였다.

몇 주 전 주일에 교회를 가면서 그 목걸이를 했다. 예배를 드리려고 앉아서 보니 목걸이가 없었다. 코트를 벗으니까 안쪽에서 주르르 목걸이가 흘러 내리는데 펜던트는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고 줄만 떨어졌다. 도대체 이 넓은 교회 어디서 목걸이 알맹이를 찾을 수 있을지, 칠칠한 엄마가 또 선물을 잃어버린 것이 미안해서 예배에 방해가 되려고 했다. “어차피 이 땅을 떠나는 날 다 두고 갈 물건인데 예배에 집중해야지”라고 목걸이가 떨어져 있을 곳을 상상하는 마음을 접고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 파킹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하나님, 이 넓은 교회에서 목걸이 펜던트를 찾는다는 것은 100,000분의 일의 확률이겠지요?” 말을 마치고 내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대여섯 걸음을 떼었을까? 길 위에 반짝거리는 작은 것이 보였다. 설마하고 가보니 내 목걸이에서 흘러 내린 펜던트였다. 갑자기 눈물이 핑 고였다. 잃은 것을 찾은 반가운 마음보다는 이렇게 곧바로 대답하시는 하나님의 자상하심 때문이었다. “얘야, 나는 네가 생각하는 십만분의 일의 확률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님이란다. 네가 염려하고 힘들어하는 모든 일들을 나는 다 알고 있다. 너는 아직도 나를 온전히 신뢰하는 일이 그렇게 힘드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최근에 맡은 일로 인한 책임감 때문에 계속 마음이 힘들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환경 때문이었다. “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자꾸만 혼자 힘으로 무엇을 해보겠다고 동동거리고 다니다가 지치고 힘들어서 마음이 무너지네요.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온 마음으로 인정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것을 의지하지 말고 잠잠히 주님을 신뢰하며 쉴 때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사 30:15). 하나님께서 나를 살피고 계시므로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계시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앉고 일어서는 것을 아시며, 멀리서도 내 생각을 꿰뚫어 보시고, 내가 일하고 쉬는 것을 다 보고 계시며, 나의 모든 행동을 잘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내가 할 말을 다 아신다고 하신다. 그런 하나님께서 나의 앞길을 두루 감싸주시고 내게 주님의 손을 얹어 주신다고 하시니 시편 기자처럼 정말 이 깨달음이 너무 놀랍고 너무 높아서 감히 측량할 수 조차 없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다 (시편 139). 이런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생각한다면 두려워 할 일이 무엇이며 근심할 일이 무엇일까. 그럼에도 늘 흔들리는 나의 연약함을 그 분 앞에 나아가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에 힘 입어서 다시 소망을 품고 일어서는 것, 그것이 믿음이리라. 두 번이나 잃었다가 다시 찾은 목걸이를 통해 확실하게 실물교육을 시키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십만분의 일보다 더한 확률도 이루어 내실 수 있는 하나님을 조용히 바라본다.

 lpyun@apu.edu

02.18.2023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