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는 그 길을 이어가다

백승철 목사 (사모하는교회. 시인. 문학평론가)

아침에 눈 뜬 세상은 달력 위 사라졌던 숫자들이 되살아나 제자리를 찾고 있다. 2024년을 잇는 2025년 그 길을 오늘 아침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어제와 같은 오늘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태양도 바람에 흔들려 밀려나지 않고 동쪽 하늘에서 시작해 서쪽 하늘 밑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날이 어제이고 오늘이 내일 같이 느껴지는 이유다. 잇는 그 길을 이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세월을 아끼라 Making good use of the time”(엡 5:16). “세월을 아끼라”는 간단하지만 완성된 문장이다. 이 말씀이 어떻게 조립되었을까? 그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그 문장에서 끌어올린 중요한 세 가지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 그 개념을 정리하기 위해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은 완성된 말씀이 반드시 정답이 되어야 하는 규칙이다. 

첫 번째, 세월의 개념은 무엇일까? 그 세월의 개념이 명료해야 “세월을 아끼라”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세월의 최소 개념은 시간이다. 크로노스(kronos)는 일반적 시간으로 누구에게나 주어진 객관적 시간이다. 본문에 사용된 카이로스(kairos)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말한다. 질적인 시간으로 기회로 번역이 가능하다. 결국, 그 시간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이다.

두 번째, 세월을 아끼는 방법은 무엇일까? 성경적 표현으로 하면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쳐 주옵소서”(시 90:12). 질문형이다. 철학적 시각에서는 삶의 의미를 다룬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의 방법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세월을 아끼는 실제는 삶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영역에서는 존재론적인 인간의 궁극적 삶의 방향성을 다룬다. 

세 번째, “아끼라”는 개념은 무엇일까? 어원적 의미는 “사다. 취하다. 내 것으로 만들다”이다. 대가를 주고 사서 완전히 내 것으로 회복하는 행위다. 곧 아낀 것은 죽음 후에도 영원히 존재하는 영역이다. “아끼라”는 속량(구속)으로도 사용되었다(갈 3:13. 4:5).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갈 3:13).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죽음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죄악된 세상에서 나를 산 것이 속량이다. 하나님 것으로 만든 그 구속은 영원성에 기초한다.  

세월의 시간성에는 아주 독특한 특징이 숨어 있다. 시간은 공평하게 누구나 공유하는 자산이다. 가난한 사람, 부한 사람, 남성, 여성, 어른, 아이, 병약한 사람, 건강한 사람, 모든 사람이 소유한 공통적인 개념이다. 누구나 사용하는 것으로 인해 그 시간을 값없이 여기는 경우도 생긴다. 느끼지 못하거나 흥미가 없는 경우도 발생하며 특별한 가치가 없는,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시간은 신비한 가치가 있다. 시간의 크기, 모양, 색깔, 무게,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세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 관찰을 해보면 모양과 색깔이 있다. 하지만 시간은 보이지 않을뿐더러 변하지도 않는다. 수천 년이 흘러도 같은 그 시간이다. 

“언젠가는 어렴풋한 종말에 가서 / 저 태양이 나에게 마지막 이별을 고할 때가 오리라 / 목동은 보리수 그늘에서 피리를 불고 / 가축들은 강 기슭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을 때 / 내 운명은 어둠 속으로 지날 것이다” 19세기 낭만파 시인 타골.

시인은 죽음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는데 그 주변 환경은 너무나 목가적이고 서정적 풍경이다. 죽음은 그 넓은 우주에서 오로지 홀로 떨어진 먼지와 같은 존재다. 시간은 머무르지 않는 지속성이 있다. 그 누구도 시간을 멈추게 하거나 조절하거나 정지시킬 수 없다. 시간을 젊은 청년의 세월로 고정시킬 수도 없다. 그러므로 시간의 주인은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논거이다. 

결국 “세월을 아끼라”는 것은 하나님의 시간 선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을 삶의 지표로 삼는 것이다. 내가 죽고 그 후에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찬양(엡 5:19), 감사(엡 5:20), 경외(엡 5:21)는 사라지지 않을 영원히 나와 관계되는 요소다. 2025년에도 여전히 삶의 목적을 그곳에 정조준해야 될  이유다. 잇는 그 길을 이어가는 시론 독자 모두에게 믿음의 삶이 하나님 역사 기록이 되기를 축복하며 두 손을 모은다. 

www.epipodo.com  

01.25.2025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