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비젼교회 협력)
지난 3월, LA 근교의 산으로 수양회 가기로 계획하고, 골짜기에 녹지 않고 남아 있을 눈을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아 다들 기대에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기 예보는 비가 올 가능성이 40%라고 해서 만약의 경우 기온이 내리고 비가 아닌 눈이 오면 어쩌나 조바심치게 되었습니다. 출발 예정 사흘 전, 밤새 심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내렸습니다. 눈뜨자마자 산으로 오르는 길의 상황을 알려주는 웹사이트 (socalmountains.com/road)에 들어가 보니 과연 그곳에는 폭설이 내려 일단 주요 도로가 막혔을 뿐 아니라 스노우 체인이나 스노우 타이어가 요구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모든 차량에 체인을 달아야 하는 수고로움과 더불어 재정적 부담이 있을 뿐 아니라 빗길에 미숙하다는 남가주 사람들인데 과연 눈길을 헤치고 안전하게 운전해 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날에 가도 되지만 문제는 환불 받을 수 있는 날짜는 이미 지났고 예약할 때 지급해야 했던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형편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오랜 친구 같은 멤버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잠시라도 짐을 나눠지는 듯 반가이 받았습니다. 어떻게 결정해야 좋을지 상의했지만, 날씨의 열쇠는 온전히 그분 한분이 쥐고 있는 것이기에 우리 피조물이 머리를 쥐어짜도 결코 대단한 수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는데요, 그때, ‘왜 이 날짜에 예약했습니까?' 라고 하는데 맥이 좌악 풀리게 됐습니다. 기대했던 잔설이 아니고 폭설을 맞게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여느 때 같으면 ‘글쎄 말입니다’라고 답했겠지만, 이번엔 바싹 타들어 가는 가슴에 불덩이가 훅 던져지는 느낌이라 서둘러 전화를 끊고는 그룹 연락망에 간절한 기도를 부탁한다는 문자를 재차 보냈습니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통해 매시간 상황을 확인하였습니다.
떠나기로 한 바로 전날 아침에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상황이 크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 동안은 ‘폭설이후 도로 재정비중인데 곧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써있었는데, 이젠 ‘도로 파손으로 인해 한주 동안 도로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쯤 되면 환불이 가능할 것인 만큼 서둘러 예약한 곳으로 전화했을 때 그들은 잠시 확인 후에 100% 돌려준다고 했습니다. 빠듯한 살림의 한부모 단체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한시름 놓게 되면서 ‘말’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았습니다. 말의 위력은 배로 비유하면 작은 "키"와 같다고 합니다. 작은 키로 큰 배를 조정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응원의 말에 의해 힘을 낼 수 있는 것이고 또 그 반대의 경우가 있는 것이겠지요.
특별히 예민하게 대해야 하는 한부모라는 쉽지 않은 상황의 참가자들에게 둔감하게 반응한 적은 없었는지 심각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경에,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 (잠15:23).’ ‘적절한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 (잠25:11).’ 등의 말에 관한 말씀이 여럿있습니다. 지금껏, 깨닫기도 하고 또 미쳐 깨닫지 못한 채 멤버들의 마음을 힘들게 했을 많은 말실수에 대해 회개하였습니다. 남은 생애 동안은 성령님이 부어주시는 지혜와 상황에 맞는 말로 서로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게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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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2025